단청장 정성길 보유자
仁川愛/인천의 인물
2007-09-30 17:12:25
땀방울, 오색단청으로 꽃 피다
까까머리 중학생을 전율시킨 예술혼
<인천의 맥(脈)을 잇는 사람들⑦ - 단청장 정성길 보유자>
전통건축의 내ㆍ외관에 장식하는 의장인 단청은 한국적 특색을 가진 전통기술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인천에서는 정성길 보유자가 단청장(48. 인천시지정 무형문화재 제14호)으로서 전통예술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 보유자는 통도사파 혜각의 3대 단청장으로 지난 1975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해각제의 문하생으로 입문, 혜각의 대를 이은 충남 무형문화재 단청장 제33호 김준웅에게 사사, 전수자가 됐다.
인천 중구 영종도가 고향인 정 보유자가 단청에 매료된 것은 17살이던 1974년.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를 따라 영종도 천년사찰인 용궁사를 오가며 단청을 접한 그는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나와 양산 통도사로 들어갔다. 정 보유자는 “여느 친구들과 달리 단청을 하겠다고 나선 나를 보고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가 무척 심했다.”며 “하지만 이내 모든 게 부처님의 뜻이라 여기고 받아 들이셨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혜각스님 밑에서 단청을 사사한 정 씨는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예술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다. 30년간 무려 국내 100여개의 사찰과 궁궐의 단청을 제작해온 세월을 보냈다. 대표적으로 그는 서울과 직지사ㆍ통도사ㆍ해인사 등 경상도 일대 대찰뿐 아니라 송광사ㆍ화엄사ㆍ법주사 같은 전국 유명 대찰의 단청불사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령도 심청각 단청에 매달렸다.
단청은 청·적·황·백·흑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배색하거나 간색을 만들어 사찰 등의 건물을 아름답게 꾸미고 신성함을 표현하기 위해 나무 기둥, 천정, 벽 같은 곳에 그려 넣는 그림이나 문양을 말한다. 탱화, 개금, 불상 등과 더불어 대표적 불교미술로 꼽힌다. 여기서 오방색은 우리의 전통사상 음양오행에 의거한다.
요즘 정성길 보유자의 작업은 수봉산 자락에 위치한 백련정사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단청은 바탕면에 묻은 흙이나 먼지 등을 완전히 제거하는 면닦기를 시작으로 바탕칠, 단청의 초안도를 그려내는 초내기, 단청문양을 옮겨 그리는 천초 또는 초뚫기, 타분 등 크게 일곱 공정을 거쳐 수 개월만에 완성된다. 그는 2004년 인천시지정 무형문화재가 됐으며 현재 문화재청 단청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그는 전통 단청은 물론 기와에 순금 단청을 처음 시도한 사람이기도 하다.
정 보유자는 “예전에는 돈을 떠나 불심으로 단청을 그리고 불화를 그렸기 때문에 정말 좋은 작품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러지 않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면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찾아와도 생계유지가 힘들다보니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이라고 속상해 했다. 지금 그의 뒤를 이어 아들이 전수생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마저 도중에 포기한데도 말릴 마땅한 이유가 없을 정도다.
못마땅한 점은 또 있다. 그가 문화재청 단청 자문위원임에도 인천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건도 소견서를 의뢰한 적이 없었다. 단청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반드시 자문위원의 소견서를 첨부해야 하지만 어쩐지 그를 찾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시에서 월미산 월미행궁 복원을 위한 공사를 발주하면서 시지정 단청장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소견서를 받았던 때는 ‘속’이 말이 아니었다.
그는 “이름뿐인 시지정 무형문화재로 위촉할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관리와 대우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공공기관이 전문가로서 우리를 인정하지 않거나 다른 곳에서 자신들의 필요를 채우는 행위들은 결국 지역의 무형문화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설자리 자체를 없애는 일임을 바로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더라도 그의 예술적 열정과 애정을 잠들지는 않을 것이다. 강화에 단청박물관을 세우는 것이 꿈인 그는 단청의 예술성을 일반에 알리고 전통예술을 이어갈 후학 양성이 큰 바람이다. 이를 위해 3년 전 1천여평의 땅을 사두었으나 건축비가 만만치 않아서 아직 시작을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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