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放送委)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1-14 15:25:37
방송위(放送委)
미추홀
수년 전만 해도, 방송위는 유령 기구 같았다. 존재를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 거기서 누가 무슨 일을 하며 국록(國祿)을 축내고 있는지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지상에 명단이 공개되면서 겨우 면면을 짐작할 수 있었다.
방송위는 '위원회 공화국'의 '무소불위 위원회'의 하나였다. 인적 구성이 우선 그렇고, 대한민국 제3의 대도시이자 국가를 세우고도 남을 인구가 사는 인천광역시의 TV방송국을 하루아침에 정파시킨 지난 날의 난마를 봐도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민의 70여%가 반대하고 있는 'TV 중간 광고'를 밀어붙이고 있어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방송'이 권력의 편에 서 왔고, '방송위'가 그 '방송들'의 수호천사였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런 판도 속에서 어이없게 희생당했던 게 iTV 인천방송이었다. 서자(庶子)도 그런 천더기가 없었다. 지상파 3사의 독과점에는 아랑곳 않으면서 iTV에는 출생 전 안테나를 새로 구입해야 하는 'UHF 족쇄'를 채웠고, 그것도 모자라 서울 지역에서는 시청할 수 없도록 소위 '전파의 월경(越境)'을 금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방송위가 iTV의 운영 부실을 운운했던 것은 기막힌 한 판의 쇼였다. 밥을 빌어먹지 못하게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왜 밥을 떠먹지도 못했느냐고 타박하면서 아예 밥그릇까지 깨버린 게 정파 사건의 또 다른 본질이었다.
세계 각국의 전파가 대한민국의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는 오늘이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의 '방송'은 '권력의 전리품' 수준이고, '허가의 대상'이다. 방송을 국가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알고 전횡하는 한 선진국의 길은 요원하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