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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표지석  

by 형과니 2023. 4. 22.

표지석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3-01 12:52:57

 

표 지 석

 

대통령 선거(대선)은 국가의 대사다.

 

앞날의 국정 최고 책임자를 뽑는 행사니 그 기간은 사실상 국가의 비상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선 전날, 국가정보원의 수장이 자리를 비워 평양을 다녀왔다는 것이 밝혀져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도대체 남북 간에 무슨 긴박한 상황이 터졌었기에 그가 그 때 황급히 북한엘 가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장삼이사(張三李四)들까지 궁금해 했던 것은 당연했다. 후에 밝혀진 얘기는 대통령의 기념 표지석 설치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도하 각 신문에 보도된 대로 남북 간의 엎치락 뒤치락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평양에 굳이 이름을 새겨 남기려 했던 노 대통령과 돌이 크다고 퇴짜를 놓은 김 위원장이 '난형난제'라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정작 표지석을 보니, 이건 아니다 싶다.

 

돌에 각명(刻銘)한 내용이 '하나된 민족의 염원을 담아'였는데 시제가 묘하게 뒤틀려 있다. 아직 남북이 통일된 것이 아니므로 '하나된'은 미래형 '하나될'로 고쳤어야 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법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지만 언중(言衆)들은 관용적으로 조사 '', ''를 생략하여 수사(數詞)'되다'를 붙여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분단으로 둘된 민족이다.' 같은 표현은 하지 않는다.

 

거기에 '염원'의 뜻이 '늘 간절히 생각하여 바라는 것'이라면 이젠 완전히 헷갈리게 된다. 이미 '하나된 민족', '통일을 이룬 민족''(통일을) 염원한다'는 것이니, 모순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구절의 결정적 흠이자 종착점은 '기통일(旣統一)의 기정사실화'에 있다고 보인다. 속내 모를 참여정부의 수사(修辭)다웠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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