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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야기

다방에서 주막으로

by 형과니 2023. 5. 7.

다방에서 주막으로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21 13:21:08

 

커피향·술 맛에 이끌린 발길잊을 수 없는 예술인의 고향

길에서 묻다 6. 다방에서 주막으로

 

신포동 '염염집' 등 인심 후한 주막 즐비

 

30년전 오석환'다방화랑'시대 종결

 

 

소설가 이상이 '제비'라는 다방을 차린 것은 1920년대 대구땅에서다. 하니 예술인들의 다방출입 이력이라면 이 연대에 맞추면 될 성 싶다. 그즈음 다방 커피라면 원두를 직접 갈아 필터에 바쳐 내린 커피로 쓰고 강한 맛이 돌았다. 그러나 동란 이후 미군의 피엑스(PX)를 통해 즉석커피, 곧 인스턴트커피가 들어왔다.

 

설탕과 프리마를 넣어먹는 일명 자판기 커피라고 한다. 쓰고 강한 맛은 받쳐졌지만 커피 아닌 커피를 먹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즈음 다방찾기가 별 따기고 있다손 그 시절도 아닌 애매모호한 다방, 그 옛날 다방 아가씨들이 "사장님 프림 몇 개? 설탕 몇 개?"하며 들이대는 간질간질한 말솜씨에 수컷들을 유혹(?)하는 그 곳이 아닌 다방 풍속도를 지닌 인천, 생각하면 할수록 감동을 아니 할 수가 없다.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는 노랫말로만 여길 다방보다도 더 문화가 가미된 다방 그러니까 인천에는 맹물같은 다방은 없었던 게다.

 

지금의 애관극장을 경계로 하고, 동인천을 넘지 않으며, 시청(현 중구청)을 못미친 발길을 홍예문 길 절반에서 멈춘 지역안에 앉아있던 다방, 모두가 문화의 산실이며 지금도 남아 있다면 등록될 문화재 감이다. 미술인 5명이(김영건, 박응창, 우문국, 윤갑로, 이경성) 뜻을 모아 시작된 오소전(五素展)은 생각컨대 고집스럽게 다방을 택하며 전시를 했던 기억이며 8회전을 끝으로 오소회의 깃발을 내릴때까지 5회전을(길다방) 제외하곤 줄곧 '은성다방'이라니 놀랍도록 그리운 추억의 다방이다.

 

78년까지 이어온 다방전시는 65년 제1공보관을(신생동, 현재 어린이집 신축) 신축함과 동시에 줄어들긴 했어도 해방이후 근 33년동안 '다방문화'는 인천문화를 일구어 냈던 것이다. 어떻게 30년을 흐를 수 있었을까. 하니 흘러내릴 수 있는 이유인 즉 몸에 밴 기억이다. 즉 술이 있어서 가능하다 할 것이다. 그 다방을 중심으로 흐르는 길은 자연스럽게 예술인들을 주막으로 안내하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동일방직'의 기숙사 사감을 지냈던 (서강일 권투선수의 장모이기도 함) 이여사의 '염염집'도 지척이고, 신포동 시장의 '백항아리' , 저군데의 주막이며 사동의 '백대가리''신생집', '옥천집' 등 거침없이 내일을 위하여 충전(주주(注酒)) 할 곳 그 뿐이겠는가. 주머니 사정이 여의 하다면 '화선장' '금용관' '빳시'등이 또 포진하고 있으니 흐르지 못할 것이 무엇일까. 설렁 가진 돈이 없다함이 뭐 그리 대수일까.

 

신포동 인심이 인천의 인심이고 명동 부럽지 않은 어느 주먹잡이는 예술인 술값 계산만큼은 꼭 여분있게 치르고 인사 또한 깔끔하게 드리고 가는 포동포동 신포동인 것을.

 

동정의 '대동서숙'이며 소강 서실 또한 지척이고 무여 신경회의 한의원이며 옥계화실에 사진의 이종화 의원 역시 정강이만큼 가깝게 있어 흐르고 또 흐를 수 있었던 그때 그 시절 다방 주인들은 술 값까지 걱정했다하니 사뭇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큰 신작로에서 소도로를 따라 골목길로 접어들면 겉멋 부림으로 되바라지지 않은 옛 삶의 물증과 그윽한 정취가 있는 곳으로. 봄에는 서양화 보러가고 찌는 더위 달달 떨고 있는 대형 선풍기 바람에 잊은 듯 동양화보며 가을엔 서예가들의 글씨를 보던 그 다방은 좁으면 좁은대로 정겹고 낡아서 그윽한 꿈엔들 잊을 수 없는 그곳은 인천의 심미적인 랜드마크다.

 

천천히 움직이며 새 살을 돋아낸 문화인천은 781223일 오석환 수묵화전을 끝으로(은성다방) 화랑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보관 1개소로 전시장을 감당해 내기가 벅찬 이유, '제물포화랑'을 시작으로 사임당 화랑, 인천화랑, 그리고 이당 기념관, 정우화랑이 생겨 번성기를 구가해 갔다. 서울의 관문도시라는 오점을 벗고 문화의 밀물이 밀어닥쳐 지역이 아닌 문화 자립도시로.

 

문화는 예()요 품음이고 율()이요 모심이고 격()이고 누림이다. 해와 그늘과 구름과 옛길, 가는 사람 오는 사람과 더불어 문화는 세월을 삼키고 두터워지며 깊어진다.

 

인천의 신포동에 산재해 있던 다방! 옛것이 분명하다. 새것은 옛것을 가려 보이지 않고 조화마져 이루지 못하니 안타깝고나. 새것만을 섬겨 옛것을 헐고부수는 어리석은 짓 고만 해야지. ! 옛날이여.

 

/김학균 시인

 

 

 

 

 

 

#인천 #흐르고싶은인천 #길에서묻다. #김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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