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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인천이야기

화수부두

by 형과니 2023. 5. 20.

화수부두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2-03 18:06:52

 

생기잃은 포구고깃배만 굼실

(4) 화수부두

 

인천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곳. 지난날 괭이부리, 북성구지(포구)와 함께 인천의 주요 포구로서 은성한 시절을 누렸던 화수부두다. 철공소도 배 짓는 조선소도 매일 기계를 돌리며 바빴고, 절기마다 제철 생선을 받으려는 장사치들, 다라를 든 아주머니들, 뱃사람들로 술집, 밥집이 아주 흥청거렸었는데. 대동굿이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얼마나 요란했던가. 그러나 이제는 찬바람만 돈다.

 

엊그제까지도 여길 떠나지 못해 어슬렁거리던, 옛날 이름 날리던 배 목수 전()씨도 더 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고깃배는 몇 척이나 남았을까. 개천처럼 좁아지고 더러워진 포구 수로에는 어선 십 수 척이 밧줄에 묶인 채 떠있다. 그것이 말이 되나. 바다로 나가야지. 몸뚱이는 견딜 수 없이 굼실거릴 것이다. 그 시절처럼 어서 큰 바다로 미끄러져 나가 그물을 던지고 낚시를 드리우고 싶을 것이다.

 

지금 화수부두 축대 위에는 어구를 손질하고 보관하는 지저분한 천막집들, 그물, 밧줄 따위가 드문드문 생기 없이 널려 있다. 1970년대 중반 하인천 쪽 연안부두가 새로 매립된 항동으로 이전하면서 화수부두도 북성구지와 만석부두처럼 이처럼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어찌 이토록 속절없이 화수부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 있으랴. 어떻게 그 옛날을 잊은 채 털썩 주저앉고 마랴.

 

끝내 버티고 있는 복매운탕집 서울식당을 나와 얼큰해진 얼굴로 부두에 선다. 굼굼한 냄새가 바람에 섞여 더러운 물에서 올라온다. 그래도 한껏 다정하다. 옛날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향수(香水)가 풍기기 때문이다. 그걸 느끼는 향수(鄕愁)는 그래서 더욱 아련하다. 아마 수로에 물이 붓고 썰고 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일 것이다. 어서 바다로 나가자. 화수부두여, 인천이여.”

 

재작년 인천의 어느 기관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도시의 옆얼굴이라 해서 이 비슷하게 감상(感傷)을 쓴 적이 있다. 사진 역시도 그때, 이 글을 쓰던 무렵의 화수부두 풍경이다. 언짢고 비감했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위로가 된다. 물량장이 두 배쯤 넓어지고 갯골도 준설이 되어서 재작년보다는 훨씬 훤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인천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걱정은, 옛날 풍정이 남아 있는 인근의 마을이 없어지려는 것. 재개발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도 아파트, 빌딩이 들어설 것이다. 이쯤이면 좋은 것이 아닐까. 갯고랑 끝의 작은 포구와 거기를 두르고 있는, 얼마든지 지저분해 보이는 마을! 바람과 물과, 그리고 삶의 애환 자체가 그대로 삶인어촌마을! 이것이 진정 여기의 격이고 멋이 아닐까.

 

정말이지 부두라는 것은 좀 지저분하고 소란스럽고 해야 맛이 난다. 그것이 더 생기가 있고 활력이 넘친다. 주변 경관이 어쩌고 하면서 뻥뻥 길이나 뚫고, 시멘트나 발라 높이 세우는 재개발. 그런 것이 이 갯골 마을에 와서 무엇 하나? 그렇다. 이대로 이 부두가 바로 인천이다. 여기 와서 잘 생긴 인천의 얼굴을 보면 알 것이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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