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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식의 인천이야기

(23) 꽃게

by 형과니 2023. 5. 28.

(23) 꽃게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6-22 14:34:00

 

게딱지에 비벼 먹는 밥맛 환상

(23) 꽃게

 

 

인천을 알려면 꽃게를 알아야 한다. 이제는 인천 바다가 공해와 매립과 남획에 의해 어장을 잃었지만 한 시절 전만 해도 인천 하면 꽃게요, 꽃게 하면 인천이었기에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한다.

 

연만한 분들은 기억하겠지만 과거 인천 동막 앞바다나 능허대 쪽에 소를 타고 나가 그물을 쳐서 잡아 올린 꽃게는 세계 최고의 맛을 가지고 있었다.

 

깍지 하나가 소댕 뚜껑만큼 커다란 놈을 삶아 놓고 간편한 반바지와 헐렁한 난닝구바람에 앉아, 그 달고 기름지고 투실한 살, 흔히 알이라고 부르는 오돌하게 익은 붉은 내포를 씹는 맛이란.

 

한 마리 살의 양은 또 얼마나 많은지 큰 놈 하나를 포식하면 온몸이 노곤할 정도로 배가 부르고 머리가 다 띵했다.

 

인천 사람으로서 금방 건져 삶아 낸 붉은 꽃게를 먹을 수 있는 팔자는 참으로 왕후장상 안 부러울 정도였다. 정말이지 인천의 꽃게는 축복이요, 행운이었다.

 

꽃게는 물론 이렇게 쪄 먹는 맛도 뛰어나지만 장을 담가 밥반찬으로 하는 것 역시 진미 중 진미라 할 것이다. 꽃게 게장에 대해서는 일찍이 의사, 향토사학자로서 지역에 관련한 훌륭한 글을 많이 남기신 우리 인천의 옛 원로 고 신태범(愼兌範) 박사께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으신 바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나는 것이 최고다. 그저 쪄 먹어도, 지져 먹어도 살이 달고 씹는 맛이 희한하다. 묵은 간장으로 게장을 담그면 참게 장만은 못해도 노란 황금색 장맛이 고소하면서 시원하여 술안주로도 좋고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쪄 낸 게살을 모아 양념한 쇠고기와 함께 딱지에 넣어 전유어처럼 지지면 보기에도 호사스럽고 맛도 굉장하다.”

 

글만 읽어도 군침이 고일 것 같다. 지천으로 흔했던 꽃게를 항아리에 여남은 마리를 골라 넣고 끓인 소금물을 부어 다듬은 뒤, 소위 조선간장이라고 부르는 묵은 간장을 부어 앉히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 통마늘과 붉은 고추 등을 함께 넣어 향미를 더하기도 한다. 삼사일 뒤 폭 삭은 게장을 꺼내 더운밥과 먹는 맛은 실로 그만이었다. 특히 게딱지에 더운밥을 몇 술 떠 넣어 비벼 먹는 맛은 정말 필설로 이르기 어려울 만큼 거룩한 것이었다.

 

이랬던 인천 꽃게가 이제는 잡히는 것 자체가 고작 아이 손바닥만한 정도로 크기가 작아졌고, 그 비례해서 맛도 그다지 썩 달지 않은 느낌을 준다. 크기가 작아지니까 게살 역시도 탱탱한 탄력이 줄어들고, 그래서 옛날 같은 씹는 맛도, 입 안 가득 푸짐했던 느낌도 다 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지경이 된 것이 모두 남획과 어장 감소가 원인일 터인데, 몇 년 후면 조기가 인천 연평도에서 멸종한 것처럼 꽃게 또한 종적을 감출지 모른다. 더구나 악착스러운 중국 어선들이 남북한 경계 틈에 끼어들어 귀중한 우리 어족 자원을 얌체머리 없이 훑어가고 있으니 더욱 걱정스럽다.

 

최소한 요즘 같은 꽃게 철에는 남도 북도 가슴 터놓고, 양쪽 어부들에게 어장을 자유롭게 드나들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인천 부두에 산같이 쌓인 꽃게를 다시 보며, 언제쯤 다시 인천 골목골목에 게장 달이는 짜고 달큼한 냄새가 진동할 것인가.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