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인천과 세 권의 책
인천의문화/김윤식의 인천 재발견
2009-08-27 21:30:08
인천사람이 쓴 인천 역사 이야기
(32) 인천과 세 권의 책
‘인천시사’를 비롯해 무릇 인천을 이야기한 책이 여럿 있으나 고일(高逸 1903~1975) 선생의 ‘인천석금(仁川昔今)’과 신태범(愼兌範 1912~2001) 박사의 ‘인천 한 세기’ 그리고 최성연(崔聖淵 1914~2000) 선생의 ‘개항(開港)과 양관 역정(洋館歷程)’ 이 세 권의 저술이 순수 한국인, 특히 인천 사람이 쓴 ‘인천의 근현대(近現代)를 읽을 수 있는 최초의 인천 역사 이야기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발간 연도로 순서를 따진다면, 가장 연장자였던 고일 선생의 인천석금이 역시 1955년에 제일 먼저 발간되면서 효시가 되었고, 이어 최성연 선생의 개항과 양관 역정이 1959년 4년 터울로 발간된 데 이어 마지막으로 1983년 신태범 박사의 인천 한 세기가 그 뒤를 밟았다.
물론 이 책들은 정통 역사서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야사나 전설을 모아놓은 그런 종류의 책들도 아니다. 어느 면에서는 틀림없는 역사책이면서도, 또 한편 정식 역사 기술 방식을 취하지는 않은 이야기 형식으로 기록한 역사책 아닌 역사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앞의 두 책 인천석금과 인천 한 세기는 저자가 당시를 살며 직접 체험하고 목격한 사실들을 하나하나 감상을 곁들여 수필 같은 문체로 쓴 것들이고, 뒤의 개항과 양관 역정은 개항 후 인천 땅에 세워진 서양식 건물들의 주인과 건축에 관련한 전후 사정 등을 조사해 역시 감상을 섞어 기록한 책이다.
인천 역사를 나름대로 계통을 밟아 기술한 책으로는 인천의 일인들이 1908년에 간행한 두 종류의 ‘인천개항25년사’와 1937년에 발간한 ‘인천부사(仁川府史)’ 등이 있고, 우리 것으로는 1973년에 발간한 ‘인천시사’, 1979년 ‘인천상공회의소 90년사’, 1986년 ‘인천상공회의소 100년사’ 등과 ‘인천개항100년사’ 같은 종류들이 있다.
또 개인 저술로도 1959년 말미에 발간된 유희강(柳熙綱 1911~1976) 선생의 ‘향토 인천의 안내’와 1965년 간행된 이종화(李宗和 ?~1974) 선생의 사진 및 전설, 야사집(野史集) ‘문학산’과 이훈익(李薰益 1916~2002) 선생의 ‘인천의 지명 유래’ ‘인천의 성씨 인물고’ 같은 명저들도 있다.
그러나 이 세 분의 책 중에서 특히 고일, 신태범 두 분의 기록은 일본인들이 ‘자기들의 시각(視覺)’으로 쓴 역사서나, 그것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애초의 인천시사의 기술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의 온당한 시각으로 당시 인천의 실상과 정경을 가감 없이 기록하고 있는 동시에 다른 저술들과 달리 어느 특정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천 전반에 걸친 기록이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 이 책들은 역사책의 딱딱함과 단조로움을 유려하고 감칠맛 나는 필치로 가리고 있어서 손에 들면 좀해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흥미와 매력까지도 가지고 있다.
이 두 저서와는 다르게 개항과 양관 역정은 19세기 말 인천 개항 이후 인천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서양인들의 공관이나 거주 저택 등만을 조사해낸, 얼핏 보면 건축사적(建築史的) 기록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 역시 이국풍의 건물들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함께 인천 역사 전반을 아주 재미있고 상세하게 풀어내 기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 권의 인천 서적은 오늘의 ‘인천광역시사’의 토대를 마련한 역저(力著)요 명저(名著)로서 우리 인천의 값진 보물이라 할 것이다. 김윤식·시인/인천문협 회장
'김윤식의 인천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4) 제물포구락부 (0) | 2023.06.03 |
---|---|
(33)김애식, 정규 서양음악 전공 ‘선구자’ (0) | 2023.06.02 |
(30) 월미도 (0) | 2023.06.01 |
(29) 송도 국제도시-가도 가도 끝없이 먼 ‘원우금’<遠又今> (0) | 2023.05.31 |
(28) 인천의 여름(下) - 해수욕장 (0) | 2023.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