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천의문화/인천배경문학,예술,문화

서양 ‘양탕’국민음료로

by 형과니 2023. 6. 17.

서양 양탕국민음료로

인천의문화/인천문화,전시,공연

2011-04-08 13:31:15

 

 

서양 양탕국민음료로

글 김래영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

 

커피잔과 커피잔을 보관하는 나무상자, 1910년대

 

해외에 자주 나가는 편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 아쉬운 것을 하나 꼽으라면 식후에 마시는 한국식 커피라 말하고 싶다. 한국식 커피는 우리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커피, 즉 커피믹스와 자판기 커피다. 그래서인지 커피믹스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의 여행가방에서 빼놓아서는 안 될 내용물 중 하나이며, 한국 사람이라면 해외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뒤 커피자판기를 찾아 두리번거렸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우리 입맛에 꼭 맞는 한국만의 커피, 이 정도면 커피를 국민음료의 반열에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커피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시점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개항 후 서양의 영사관들이 설치되면서 그들이 커피를 들여왔을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커피를 처음 취급했던 호텔은 인천의 대불호텔이라는 설이 있는데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이 188545일 인천에 첫 발을 딛었던 아펜젤러 목사의 보고서 기록이다. 당시 대불호텔에 머물렀던 아펜젤러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호텔임에도 서양 음식이 입맛에 맞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유길준의 <서유견문>에는 서양사람들의 주식은 빵과 버터 등이고, 커피는 우리가 숭늉 마시듯 한다.”라고 적어 놓았듯이 서양의 음식차림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피다. 당시 아펜젤러에게 제공된 음식에는 분명 커피가 포함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군 C레이션 박스, 1950년대

 

한국인 최초의 커피 애호가 고종임금의 커피 사랑도 유명한 이야기이며, 1902년에는 손탁 여사가 고종에게서 하사받은 자리에 개업한 손탁호텔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커피를 판매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당시만 해도 커피는 지체 높으신 양반이나 외국인만 즐길 수 있는 특수 기호식품이어서 일반인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어쩌다 맛을 본 사람들은 쓰디쓴 첫 맛에 서양에서 들어온 탕국이라 하여 양탕(洋湯)이라 불렀다고 한다.

 

커피가 사회에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다방문화가 유입되면서부터다. 1934년에 발표된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하루>에는 제비다방, 낙랑파라를 비롯해 당시 경성시내의 유명한 다방이 망라되어 있다. 소설에서처럼 1930년대를 살았던 예술가와 인텔리들은 다방에 모여 문학과 예술과 시대를 논했다. 한편 이 시기에는 부유층에 한정되었지만 가정에도 커피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신문에서는 커피를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게재했고, 무역업을 담당하던 양행들은 저마다 커피를 직수입했다.

 

해방 후 6·25 전쟁이 끝나고 미군의 야전 군용물자인 C레이션 박스가 일명 양키시장을 통해 다량 보급되는데 그 안에는 통조림, 초콜릿, 껌 등이 들어 있었다. 이때부터 대중들은 인스턴트 커피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인텔리들의 아지트였던 다방은 전쟁 이후 대중화되어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잡고 선을 보고 음악을 들으려는 목적에서 다방을 찾았고, 심지어는 사무실 대용으로 다방을 이용하기도 했다.

 

다방커피라는 말이 있다. 다방에서 파는 커피라는 뜻도 있겠지만 설탕과 프림의 적절한 조합으로 맛을 낸 커피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방커피를 팔던 다방은 다방커피 맛을 자판기 커피와 믹스커피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변화가 빨랐던 8,90년대 대중들은 다방에서 즐기는 좋은 맛여유대신 거리에서의 빠른 속도편리함을 택했다.

 

21세기 들어 대한민국의 청춘들은 속도와 편리성을 버리고 다시 좋은 맛여유를 찾기 시작했다. 곳곳에 대형 커피전문점이 곳곳에 들어서는가 하면 커피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커피공장, 커피박물관까지 생겨났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의 커피원두 수입량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커피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아침의 업무준비, 친구와 수다, 식후 입가심, 손님 접대, 밤샘 공부, 연인과의 대화에 빼놓을 수 없는 국민음료 커피. 지금 한잔 어떠세요?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Coffee, 양탕국에서 커피믹스까지전시를 연다.

전시는 41일부터 529일까지로 커피와 관련된 물건, 역사, 영상, 이야기 등을 볼 수 있다. 문의 440-6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