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物浦에서 : 김 소월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19-09-15 23:02:13
濟物浦에서 : 김 소월
밤
홀로 잠을 들기가 참말 외롭워요
맘에 사무치도록 그리워 와요
이리 무던히
아주 어룰 조차도 니칠 듯 해요.
벌서 해가 지고 저물엇는데요
부슬부슬 오는 비에 밤이 더듸고
바다 바람이 칩기만 합니다.
이곳이 仁川에 濟物浦라는 대야요.
다만 고요히 누어 들으면
다만 고요히 누어 들으면
하야케 밀어 드는 봄 밀물이
눈 압흘 가로막고 흙느낄 뿐이야요.
. ▶ 제물포의 밤은 그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한다. 벌써 해가 지고 부슬부슬 비는 오고 밤은 끝없이 계속 될 것만 같다. 싸늘한 바닷바람 앞에서 한 사람이 파도소리를 듣고 있다. "고요히 누워 들으면" 하얗게 밀려드는 밀물이 "눈앞을 가로막고 흐느낄 뿐". 밀물이 흐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흐느끼는 것은 밀물뿐이 아닐 것이다. 바닷소리를 듣고 있는 한 사람도 흐느끼고 이 시를 읽고 있는 우리도 또한 흐느끼게 만드는 제물포의 밤이다.
이 시는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1925)에 수록되어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을 제물포의 밤 풍경에 담아내고 있다. 1922년 2월 '개벽' 제20호에 발표되었던 시이다. 한국의 현대시에서 인천이 등장하고 있는 최초의 시라 할 수 있다.
제물포의 바다는 울부짖지 않는다. 그저 서서히 밀려들고 밀려나갈 뿐.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않지만 더 큰 먹먹함을 느끼게 한다. 고요히 밀려가고, 고요히 밀려오는 제물포의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가 보다. 100년 전의 바다에서 김소월이 노래한 그리움의 정서는 현재 우리의 가슴 속에도 먹먹함을 남기고 있다. /권경아 문학평론가 ▲ 인천일보, INCHEONILBO
새벽
落葉이 발을 숨는 못 물가에,
웃둑웃둑한 나무 그림자
물 우에 어섬푸러히 떠오르는데
나 혼자 섯노라. 아즉도 아즉도
동녁 한울은 어두워 오아라.
天人에도 사랑 눈물, 구룸 되어
외롭은 꿈의 벼개 흐렷는가.
나의 그대여, 그러나 그러나,
물질녀와라. 붉게도 붉게도,
한울 밟고 서녁에 섯는구룸.
半달은 中天에 지새여라.
내 집
들 우에 떨어진 메의 기슭,
넓은 바다의 물가 뒤에,
나는 지으리, 나의 집을,
다시곰 큰 길을 압헤다 두고.
길로 지나가는 그 사람들은
제각곰 떨어저 혼자 길거리.
하얀 여울턱에 날은 저물 때,
나는 門 깐에 섯서 기다리리.
새벽새가 울고, 지새는 그늘로
세상은 희게, 또는 고요하게
번쩍이며 오는 아츰부텨
지나가는 길손을 눈녁여 보며,
그대 인가고 그대 인가고.
# 한국사데이터 베이스 한국근현대사 자료 잡지편에 보면 개벽 제20호 [1922년 02월 08일 닭은 꼬꾸요외 4편] 에 발표된 시 5편 중에서 '닭은 꼬꾸요'와 꿈 뀐 그넷날' 두 편과 제물포에서라는 큰 제목아래 '밤' 과 '새벽' '내집'이 함께 발표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밤'은 한국의 현대시에서 인천이 등장하는 최초의 시라는 상징으로 인해 널리 알려졌지만 '함께 발표된 '새벽'과 '내집'역시 '밤'을 지을 당시 소월의 내면이 혼재되어 있는 시이니만큼 이번 아트컴퍼니 시낭송공연의 기회에 함께 널리 알려 공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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