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김기림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2-01-18 09:46:18
첫사랑 / 김기림
네모진 책상
흰 벽 위에 삐뚜러진 세잔느 한 폭.
낡은 페―지를 뒤적이는 흰 손가락에 부딪혀
갑자기 숨을 쉬는 시들은 해당화(海棠花).
증발한 향기의 호수.
(바닷가에서)
붉은 웃음은 두 사람의 장난을 바라보았다.
흰 희망의 흰 화석(化石) 흰 동경의 흰 해골 흰 고대(古代)의 흰 미이라
쓴 바닷바람에 빨리는 산상의 등대를 비웃던 두 눈과 두 눈은
둥근 바다를 미끄러져 가는 기선들의 출항을 전송했다.
오늘
어두운 나의 마음의 바다에
흰 등대를 남기고 간
―불을 켠 손아
―불은 끈 입김아
갑자기 창살을 흔드는 버리떼의 기적.
배를 태워 바다에 흘려보낸 꿈이 또 돌아오나 보다.
나는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속삭임이 발려 있는 시계딱지
다변(多辨)에 지친 만년필
때묻은 지도들을
나는 나의 기억의 흰 테불크로스(책상보) 위에 펴 놓는다.
인제는 도망해야지.
란아―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방(房)을 좀 치워 놓아라.
잡지명 개벽 신간 제1호
발행일 1934년 11월 01일
기사제목 첫사랑
필자 金起林
기사형태 시
김기림[金起林, 1908. 5.11 ~?] 시인
김기림[金起林, 1908. 5.11 ~?] 시인
1908년 함경북도 학성군 학중면에서 출생. 서울 보성고보와 일본 니혼대학을 거쳐, 도호쿠제국대학 영어영문과 졸업. 1930년대 초반에 [조선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문단에 등단. 문학 활동은 구인회에 가담한 1933년경부터 본격화되었는데, 영미 주지주의와 이미지즘에 근거한 모더니즘 문학 이론을 자신의 시에 도입하여 우리나라에 소개한 것은 문학사적 공적으로 남아 있음.
모더니즘 이론에 입각하여 창자고가 비평에서 두루 활동하였으며, 해방 후에는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다소 정치적 편향을 보이기도 했음. 대학에서 영미문학을 강의하다가 6·25 전쟁 때 납북됨. 대표 저서로는 시집으로 『기상도』, 『태양의 풍속』, 『바다와 나비』, 『새노래』 등과 수필집 『바다와 육체』 등이 있고, 비평 및 이론서로『문학개론』, 『시론』, 『시의 이해』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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