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선재도
인천의관광/인천의섬
2007-05-09 00:27:23
섬은 길을 열어 오라하네
살아숨쉬는인천여행 시리즈 < 27 > 영흥·선재도
목섬 은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서 길이 열려 현대판 미니 모세의 기적 이라고 불리는 섬이다.
퉁퉁하게 살이 오른 듯한 바다. 늦봄 햇살을 머금은 바다는 연한 카키빛으로 넘실댄다. 승용차는 시화호 한가운데를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나아간다. 윈도 스위치에 검지를 얹는다. 눈부신 햇빛과 청량한 바닷바람은 아까부터 창문을 내리라고 유혹했었다. 무수한 머리칼이 뒤로 흩날린다. 11km의 다리를 건너자 선재대교가 나온다.
선재대교를 건너자 왼쪽 바다에 '모세의 기적'이 일고 있다. '목섬'까지 바닷길이 열린 것이다. 선재도에서 목섬 간 1km가 채 안되는 길은 바다로 막혀 있지만 하루 두 번 물이 빠지면서 길이 생긴다. 그럴때면 사람들은 걸어서 목섬에 닿는다.
또 하나의 다리를 건넌다. 이번엔 영흥대교다.
영흥도 여행은 '드라이브'가 반이다. 드라이브는 스쳐지나는 풍경을 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동승한 사람과 똑같이 느끼는 승차감. 그 교감 속에서 이해와 소통의 폭은 넓어진다.
영흥대교 끝 자락은 '진두선착장'이다. 선착장 한 켠 수산물직판장에선 방금 어선들이 토해낸 주꾸미, 우럭 등을 경매에 부치는 중이다. 다리를 중심으로 반대편 횟집들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활어들의 파닥임이 뒤엉켜 왁자지껄하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영흥대교는 마치 서해대교를 축소해 놓은 듯한 형상이다. 발걸음을 옮겨 '해군전적비'로 향한다.
이 곳에 비가 세워진 것은 영흥도가 인천상륙작전 전초기지였기 때문이다. 벤치와 풀나무… 야트막한 언덕 위에 솟아있는 해군전적비는 주변과 어우러져 아담하고 예쁜 공원으로 피어났다. 계절에 취한 탓일까. 잠깐동안 벤치에 앉았을 뿐인데도 스르르 눈이 감긴다.
수산종묘배양연구소로 가는 길. 커다란 굴뚝 세 개가 솟은 희뿌연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영흥화력발전소다. 처음 들어올 당시, 말 많고 탈도 많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섬사람들의 반발이 사그라들었다. 발전소 부근에선 전기역사박물관 공사가 한창이고 오페라대극장, 지역주민 예식장도 지어질 예정이다.
수산종묘배양연구소 한 생산동에 들어서자 수 mm밖에 안되는 조피볼락들이 초록빛 어항에서 정자처럼 움직이고 있다. 새끼우럭들은 3~4개월 뒤 영흥도 앞바다에 뿌려질 것이다.
섬 유일의 사찰인 '통일사'에 오르자 하늘 높이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한국전쟁 때 남편을 여읜 최선규(86) 스님은 "하루빨리 통일이 돼라"는 염원으로 사찰 곳곳에 태극기를 달았다. 스님을 마주했는데, 몇날 며칠 얘기를 나눠도 끝이 없을 것 같다. 해방 전후 시기를 살아온 세대의 이야기는 그렇듯 한이 없는 법인가.
버섯농장, 장경리 해수욕장도 못 봤는데 벌써 해질녘이다. 그렇다고 전국 유일의 소사나무(서어나무) 군락지인 십리포해수욕장을 안 들를 수는 없는 일.
본격적인 바다의 계절이 시작되지 않았는 데도 십리포를 보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마법의 나무처럼 가지가 얼키고 설킨 소사나무, 광활한 해변 속에서 십리포의 연인들은 지금 아름다운 동화를 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