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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문화346

평생아자지(平生我自知) - 고 유섭 평생아자지(平生我自知) - 고 유섭 고유섭 ‘평생을 아자지’라는 말이 나로선 매우 알기 어렵다. 어찌 보면 나 자신을 내 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같고 또 알고 있는 것이 의당사(宜當事)일 것 같은 데, 다시 생각하면 나 자신을 내가 가장 알 수가 없다. 이것은 상식적 도덕 적 견해에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러하고 심리적으로 그러하다. ‘평생을 아자지’라 단언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또 얼마나 불행하랴. 나 자신을 몰라서 불행하고, 또 그러기에 행복될 것과 다름이 없 는 경지일 듯하다. 이 말의 설명은 사족이겠지만, 어느 좌석에서 나는 끝을 속히 낸다고 나를 그린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들은 이는 내가 종법(終法)을 수습하고 마는 정력가·열정가같이 취택(取擇)된 것 같다... 2023. 7. 5.
눈 내리는, 양키시장/이설야 눈 내리는, 양키시장/이설야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09-22 14:44:24 눈 내리는, 양키시장/이설야 눈은 내려 쌓여, 집을 지우고 영하(零下)로 내려간 아버지 김장 김치를 얻으러 양키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애들 먹을 것도 없다고 소리소리 질렀다 항아리 바닥에서 묵은 김치 몇포기가 간신히 올라왔다 곰팡이가 버짐처럼 피어 있었다 아버진 비좁은 골목의 가로등, 희미하게 꺼져가고 곰팡이꽃 같은 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 겨울, 김치 몇조각으로 살았다 죽은 엄마가 가끔 항아리 속에서 울었다 미제 초콜릿, 콜드크림, 통조림이 즐비하던 양키시장 내 몸 어딘가 곰팡이꽃이 계속 자라고 있었다 더이상 키가 자라지 않았다 출처 : 2016년 겨울호 이설야 시인은 1968년 인천 출생했다. 2011.. 2023. 7. 5.
경동근처 - 京洞近處 최 승렬 경동근처 - 京洞近處 최 승렬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09-05 15:09:05 경동근처 - 京洞近處 - 최승렬 어느 겨울의 오후라도 좋고 찻집 창변의 사보텐이라도 좋다. 수다스런 백화점 쇼 윈도우에 떨어지는 성 베드로의 종. 여운이 남긴 크낙한 여백에 얼굴들이 부고(訃告)처럼 비애를 심어 간다. 지붕 너머 회은색 바다가 점멸하는 동안 어쩌라는 것인가 붉은 시그널! 네거리는 지금 마악 황혼을 헐어 벽을 쌓고 군중의 밀림 속 무성한 고독이 돛 내린 범선처럼 집결한 기항지. 먼지같이 자욱한 훤소(喧騷)가 삼엄한 적막을 합창하는 거리거리 경결(硬結)한 공기는 지금 지층보다 무겁다. 이런 때 어찌 시계는 태연히 돌고 있는 것일까. 눈이라도 펑펑 내려야겠다. 인천에 살면서 생전 그가 걷기 좋아했.. 2023. 7. 5.
엘리자베스 키스 의 Old korea - 1919 엘리자베스 키스 의 Old korea - 1919 知識 ,知慧 ,生活/옛날공책 2021-09-01 15:28:58 "나는 그림을 통해서 한국인의 의상, 집의 모양, 풍습 그리고 그 밖의 여러가지 일반적인 한국 고유의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려고 애썼다. 깊이 살펴 볼수록 한국의 문화는 존경하고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엘리자베스 키스 ' 엘리자베스 키스가 펴낸 Old korea (1919)에 실려 있는 그림들이다 .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류화가로 여러 차례 동양을 방문하였고, 정감어린시선으로 이 땅의 풍물들을 그렸다. 그녀는 한국을 무척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화풍은 섬세하고 잔잔하다. 엘리자베스 키스 의 Old ko.. 2023. 7. 5.
해수(海獸) / 오장환 해수(海獸) / 오장환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08-24 23:49:18 해수(海獸) / 오장환 ─사람은 저 빼놓고 모조리 짐승이었다 항구(港口)야 계집아 너는 비애(悲哀)를 무역(貿易)하도다. 모─진 비바람이 바닷물에 설레이던 날 나는 화물선(貨物船)에 엎디어 구토(嘔吐)를 했다. 뱃전에 찌풋─이 안개 끼는 밤 몸부림치도록 갑갑하게 날은 궂은데 속눈썹에 이슬을 적시어가며 항구(港口)여! 검은 날씨여! 내가 다시 상륙(上陸)하던 날 나는 거리의 골목 벽돌담에 오줌을 깔겨보았다. 컴컴한 뒷골목에 푸른 등(燈)불들, 붕─ 붕─ 자물쇠를 채지 않는 도어 안으로, 부화(浮華)한 웃음과 비어의 누런 거품이 북어오른다. 야윈 청년(靑年)들은 담수어(淡水魚)처럼 힘없이 힘없이 광란(狂亂)된 JAZZ.. 2023. 7. 5.
인천이 담긴 詩 ⑤ 최 병구의 월미도 인천이 담긴 詩 ⑤ 최 병구의 월미도 인천의문화/인천배경책과영화&문학 2021-08-18 15:41:37 인천이 담긴 詩 ⑤ 최 병구의 월미도 글·김학균 시인 비온 뒤의 하늘은 가을이라서 그런지 더 맑다. 장화를 신지 않고 걷기에는 힘든 학익동 구치소 가는 길, 새로이 길을 내느라 황토 흙이 발에 들러붙어 천근만근이다. 불미스럽게 연루된 K중고교의 서무과 도난사건으로 학익동 구치소, 속칭 붉은 돌담집에 잠시 들어앉게 된 최병구 시인이 출소하던 날의 고통. 동구 재향군인회 황 회장과 손설향 그리고 선생의 부인 손 여사와 필자 이렇게 네 사람이 간단한 출소식(두부 먹는 일)을 마치고 들른 곳은 학익동 도살장 인근 대포집. 술은 이럴 때 참으로 안성맞춤이다. 이때부터 최병구 시인의 소문은 ‘돌았어 돌았나봐’로.. 2023.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