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백범(白凡)동상 

형과니 2023. 4. 15. 07:32

백범(白凡)동상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8-27 21:01:09


미추홀 - 백범(白凡)동상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1983년, 연안부두 항운아파트 앞 대로 한복판에 '인천개항 100주년기념탑'이 세워졌다. 높이가 30m나 되는 거탑이었다. 전면에는 시인 모 씨(某氏)가 쓴 '개항 찬가', 상단에는 한국인 어부상과 고깃배, 그 위 아치 형 구조물 꼭대기에는 그리스 풍의 여신(女神)이 엉뚱하게 내륙쪽을 향하여 선 형상이었다.

그 기념탑은 건립 20년이 되는 2003년에 헐리고 말았다. 인천시가 각계의 철거 요구에 응한 것이었다. 이유는 상징성 결여와 교통 체증 유발이었는데,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제자리에 서지 못한 기념물의 운명을 보여준 사례였다.

백범 선생과 곽낙원 여사의 동상을 인천대공원 한 모퉁이에 세울 때도 좀더 진지한 고려가 있어야 했던 것 같다. 건립 10여년이 된 오늘 그 모자상(母子像)을 역사성과 접근성이 뛰어난 중구(中區)로 옮겨야 한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일리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에 따르자면 역시 역사적, 지리적 조건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야 할 터인데 일각에서는 선뜻 자유공원을 적지로 들고 나왔다. 애초부터 일정한 장소를 염두에 두고 한 발의가 아닌가 싶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현재 자유공원은 초만원(超滿員)이다. 굳이 다른 것을 헐어가며 '백범'이라는 '민족'과 '맥아더'라는 '외세'를 대치시켜 이념 대리전을 촉발시켜 보자는 의도가 아니라면 '자유공원'을 고집할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백범 선생의 인천감리서 감옥 수감 생활, 어머니 곽 여사의 옥바라지, 축항 공사장에서의 노역 등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접근성과 경관이 뛰어나고 축항과 옛 감리서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월미산(月尾山) 정상이 적지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