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영상(映像)도시  

형과니 2023. 4. 16. 00:59

영상(映像)도시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9-19 11:27:24

 

영상(映像)도시  

미추홀

 

수년 전이었다. 신예 정재은 감독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이하 고양이)가 화제였다. 평론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만 들으면 대박이지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예상과는 영 딴판이었다. 전국을 통틀어 겨우 37천여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던 것이다. '국민적 외면'을 받았다 해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일부 문화운동가들이 '시장 불복'(市場不服)을 선언하고 나서 재차 화제가 됐다.

 

'고양이''인천 영화'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인천적 정서'가 담긴 '인천 영화'의 참패를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인천의 정서나 정체성을 거의 담지 않은 상업 영화를 행정 기관까지 나서서 보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설령 '캠페인' 측의 말이 맞는다 해도, 마을 스피커로 "오늘밤 학교 운동장에서 좋은 영화를 상영하니 모두 모이라"고 외쳐댔던 자유당 시절의 계몽영화 단체 관람과 그 취지가 다를 게 뭐냐며 '비자발적 관객운동'의 부당성을 말하기도 했다.

 

과연 어떤 영화가 '인천 영화'일까? 인천에는'영상 문화'가 있는 것일까? 이 같은 물음에 대해 우리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창고를 개조해 만든 스튜디오에서 16mm 촬영기를 돌려댔던 선대들의 열정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오늘은 '인천 영화'를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전후(戰後) 우리 손으로 제대로 된 극영화 한 편을 만들어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아시아 영화인들의 무슨 총회를 연다, 국제어린이영화제를 연다 야단들이다.

지역 대학에 영화과 한 곳 없는 판에 갑자기 인천을 '영상의 도시'로 만든다니 영문을 모를 일이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