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공원사업 나는 이렇게 본다
각국공원사업 나는 이렇게 본다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0-23 01:18:13
새 역사 만들어갈 '대화'로 '복원 밑그림' 다시 그려야
각국공원사업 나는 이렇게 본다 - 04
이번 여름, 티벳 여행의 귀국길에 몇 년 전 들렀던 중국 시안의 '병마용갱'을 다시 찾게 되었다. 비행 일정이 꼬여 계획에 없던 방문이었다.
물론 한 가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 있기도 하였다. 몇 년 전, 왜 이리 발굴이 더디냐는 내 질문에 대한 그곳 안내인의 충격적인 답변의 확인이었다. 몇 년이 지났다는 발굴은 3분의 1도 채 진행되지 않고 있었고, 그 발굴 작업을 하고 있는 인원은 고작 수 명에 불과하였기에 던진 질문이었다. 그의 답변은 명쾌하였다. "뭐가 그리 급해요. 발굴이 완료된 모습을 지금 보고 가시면, 다음에 다시 여기에 오시겠어요? 발굴이 완료되면, 다시 오실 거 아녜요?" 이 여름에도 발굴은 이전의 그만큼이 더 진행되고 있었을 뿐이었다. 역시 화상(華商)인 그들의 관광 전략인가 싶었다.
얼마 전 '인천시는 각국공원 복원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과 사업 타당성에 대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공원 복원사업에 착수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덧붙여, 인천시는 각계의 반대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여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한 내용도 전해졌다. '설명회'란 사업을 타당성을 설득하여 협조를 구하는 자리가 아닌가? '시민'도 아니고, '주민'이란다.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였다. 그곳은 인천시민의 것이지, 인근 주민만의 산책로는 아니다. 더욱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관광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럼 주민 만이 좋아서는 그 목표를 실현할 수 없는 자기모순의 과정을 왜 서슴없이 내딛는 것일까? '또 다른 지향점을 갖고 있는 것일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어찌 되었건 개인에게 있어 시행착오가 있듯이 여러명이 하는 계획에도 잘못이 있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것은 바로 잡는 일이다. '늦었다고 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친근한 진리를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월미도 관광전차 계획의 대폭 수정에서처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때 빠르게 대처하면 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오히려 큰 실수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더 큰 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창조적 복원'의 자리에는 이미 또 다른 역사적 기념물이 점유되어 있다. 그것이 현재의 역사이다. '복원'이나 '현재'나 모두 우리의 것이 아님에는 확실한데, 그 모두가 우리의 역사이기에 우리에게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느 역사가 옳고 어느 역사가 그르다고 하기에는 아직 '합의'도 아닌, '대화'조차 없었질 않은가? 이제 '큰 목소리'가 자리를 차지하는 어리석음은 그만두어야 한다. 좋은 대안은 찾으면 된다. 함께 말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창조한다는 신념으로 인내를 갖고 좀더 다양한 계층과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여 하나의 큰 강과 같은 담론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모두에게 간청한다, 다시 모두 함께 하자고.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아무리 색칠을 잘한다 해도 잘못된 밑그림으로는 멋진 그림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스페인에서는 성당 하나 짓는데 100년을 잡는다고 한다. 제발 성급하지 말자. 물론 문화적 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가 관광수입이나 도시브랜드 가치의 향상을 가져올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것이 다수의 반대를 거스르며 군사작전을 하듯 강행해서는 결코 안 된다. '창조적 복원'이 아닌 '복원'에 대해서는 대부분 공감하는 것 같다. 또한 몇 명의 자문단이 아닌 민관의 협력(거버넌스)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시 당국이 이를 외면해서는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시 당국은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포석의 자세로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한다. 지금의 이 모든 것은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우리의 후배들, 우리의 자녀들의 것이기도 하다. 지금 나의 신념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미래의 그들이 진정 공감할 것인가를 짚어보아야 한다. 그저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나 2014년 아시안게임 등을 빙자한 관광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곳은 우리만이 아닌, 우리의 아들딸들이 살아갈 공간임을 결코 잊어선 아니 된다. 어제만이 역사가 아니라 오늘 또한 역사의 한 페이지임을, 우리 모두는 깊이 되새겨야 한다.
/인천경실련 문화관광위 인천의제21 문화분과 위원장 조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