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의 전망차

고단한 삶도 비춰라 / 팔미등대 外

형과니 2023. 4. 17. 09:37

고단한 삶도 비춰라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11-12 22:14:28


고단한 삶도 비춰라


등대의 역사는 오래다. BC 300년경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니 말이다. 루카스 산정에 항로표지가 설치되어 항해자의 지표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명한 등대로는 BC 250년 알렉산드리아항 밖의 할로스 등대이다. 높이 600피트의 규모여서 세계적인 경이로 꼽히고 있다. 지진으로 붕괴될 때까지 60년간 임무를 지속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 등대의 효시는 팔미등대이다. 구한국 시절인 1903년 인천항의 길목 팔미도에 유인등대로서 세워졌는데, 소월미도 등 몇 곳의 무인등대와 함께였다. 그러니까 팔미등대는 올해로 105년이 된다. 100년이 되는 2003년에는 그 곁에 높이 31m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의 첨단 시스템을 갖춘 현대적 등대를 신축함으로써 임무를 물려주고 지금은 인천시지정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그러니까 팔미등대는 한세기를 넘게 눈비가 오거나 바람치거나 의연히 인천항을 드나드는 외항선의 안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팔미등대는 인천항에서 13.5㎞ 서남해상에 위치한다. 자유공원에서 그 방향으로 밤바다를 바라보면 주기적으로 깜박거리는 불빛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팔미도에서 뱃길을 안내하는 한점 빛이다. 등대가 밤바다를 비추는 불빛에는 등대마다 정해진 고유의 사이클이 있다. 그래서 뱃사람들은 그 깜박임만 보아서도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위치한 등대인지 알 수 있다.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영국노래 ‘등대지기’의 가사처럼 언뜻 생각하면 등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거룩하다고 표현된다. 그것은 등대의 외로움이 있을 때 항해하는 배의 외로움은 사라진다고 한 이어령의 말처럼 절해고도에서 파도와 벗하며 임무를 수행하는 등대수의 숭고함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팔미도등대와 소청도등대를 포함한 ‘아름다운 등대 16경’을 발표했다고 한다. 팔미등대야 우리나라 첫등대로 널리 알려져 있거니와, 소청도 등대 또한 한반도 서북부와 중국 방면의 길잡이로 1908년 탄생한 역사적 등대이다. 한세기를 넘게 밤바다의 길잡이가 되어온 만큼 도시민의 고단한 삶도 비춰 어루만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