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암도 갯바위의 풍화혈 가마솥바위
아암도 갯바위의 풍화혈 가마솥바위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1-12 22:26:38
(2)아암도 갯바위의 풍화혈 가마솥바위
과거 인천 앞바다의 광활한 갯벌 위에는 물이 차면 섬이 되었다가 물이 빠지면 걸어서도 갈 수 있었던 섬이 하나 있었다. 섬 머리 위로 작은 소나무 숲을 이루고 있는 작은 바위섬으로 널찍한 갯바위 여러 개가 펼쳐져 있어 바닷가에서 한때를 보내기에 손색이 없던 곳이었다. 특히 이곳에서 맞는 인천 앞바다의 일몰 광경은 빼어나기로 널리 알려졌다. 바로 송도에 있는 아암도(兒岩도)이다.
아암도는 섬 이름으로 보아 아주 작은 바위섬의 뜻으로 해석된다. 아암도는 2000년 4월 해안공원이 조성되어 갯벌을 따라 150m의 산책로가 만들어져 누구나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걸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송도국제도시의 건설로 송도 앞바다가 매립되면서 섬이 아닌 섬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곳에 가면 섬 주변 곳곳의 갯바위에 널찍한 욕조만한 크기에서 농구공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상의 웅덩이들이 파여 있어 눈길을 끈다. 어떤 것들은 그 모양이 마치 거대한 초식 공룡이 지나간 발자국과도 비슷하여 신기하기만 하다.
평탄한 암석면 또는 입체 상부의 평탄면에 형성된 원형 또는 타원형으로 파여 나간 홈 또는 구멍의 풍화혈(風化穴, weathering pits)을 지형학 용어로는 나마(gnamma,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어보리진[aborigine]어의 ‘구멍’에서 유래)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가마솥처럼 생겼다 하여 가마솥바위라고 한다.
가마솥바위는 속리산 문장대를 비롯하여 월출산 구정봉, 설악산 울산바위와 권금성, 지리산 세석봉, 관악산과 금정산 그리고 도락산 정상부 등 우리나라의 전국 곳곳의 화강암 산지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석해안 주변에서 흔히 발견된다.
이곳 아암도 해안에서 발견되는 가마솥바위는 청량산의 암반과 궤를 같이하는 화암강으로 중생대 백악기 약 9000-8000만 년 전에 관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마솥바위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지하 깊은 곳에 관입한 화강암이 땅속에서 수분을 많이 포함한 토양과 오랫동안 접촉하면 화강암에 발달한 절리나 틈새로 수분이 침투하면서 풍화가 진행된다. 이때 암석표면의 특정부분에 침식과 풍화가 집중되면 그곳을 중심으로 요지(凹地)형태의 홈이 생겨난다. 이후 화강암반을 덮고 있던 표토가 오랜 침식과 삭박을 받아 제거되면서 지표에 노출된 후, 암반표면의 요지에 빗물 등이 고인다. 고인 물이 동결과 융해를 반복하며 팽창과 수축작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점차 암석을 구성하는 광물조각들을 조금씩 분해, 파괴시킴으로써 구멍은 점차 확대된다.
또한 해수에 침식을 받을 경우 바닷물에 포함된 소금 결정이 암석의 입자들 사이에 압력을 가하여 염풍화(salt weathering)를 촉진시켜 풍화혈이 형성되기도 한다. 화강암에 발달한 풍화혈들은 모두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인데, 이러한 요지에 이끼나 초목 등의 식생이 안착되면 풍화가 보다 가속화된다. 암반에 뿌리를 내린 이끼와 같은 식생이 내뿜는 유기산이 암석을 이루는 광물들과 화학적 풍화를 일으켜 암반이 보다 쉽게 붕괴되기도 한다.
아암도의 풍화혈은 특히 해풍과 소금 결정에 의한 염풍화가 크게 작용하여 형성된 것인데, 갯바위에 발달한 풍화혈은 지금도 계속적으로 풍화와 침식이 진행되어 폭과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해수의 영향을 거의 받지 못하기 때문에 풍화 정도가 예전 물이 드나들던 때보다 훨씬 저조하다.
현재 아암도는 공원 보수 공사 때문에 입장이 금지된 상태이다. 해질녘 온가족이 아암도에 들르면 새롭게 건설 중인 인천대교 너머로 내려앉는 일몰 광경과 함께 갯바위에 조각된 가마솥바위의 형성과정을 음미하며 둘러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