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크리스마스 씰

형과니 2023. 4. 19. 00:27

크리스마스 씰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12-08 13:29:41


크리스마스 씰  
미추홀
1950년대 어느 해 크리스마스. 눈발이 흩날리는 운동장에서 우리는 조회를 서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자, '쓰리 쿼터'(미 군용차)를 타고 온 흑인 병사가 우리들에게 까만 비닐봉지 하나씩을 들려주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거기에는 사탕, 빨간 공, 줄넘기, 양철 로봇, 장난감 자동차, 요지경, 고무, 잠자리표 연필(후에 알고 보니 일제 '돔보'였다), 크리스마스카드 등이 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집으로 달려갔다.

그 무렵, 크리스마스카드 교환은 어린이 문화의 하나였다. 교회와 종탑이 원색으로 그려진 풍경에 유리가루를 눈처럼 붙인 국산 카드가 있었지만 인쇄가 고급스런 미제 카드는 어린 마음에도 '제일 귀한 사람'에 보내는 것으로 알았다.

삐뚤빼뚤 받는 이의 이름을 연필로 쓰고 봉투 뒷면에는 '크리스마스 씰'을 붙였다. '죽을 병'으로 알았던 결핵을 앓는 한자를 돕는 데 쓰인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씰'붙이는 것 자체가 조그만 선행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씰'이 국내에서 처음 발행된 것은 1932년 12월 황해도 해주 구세결핵요양원장으로 있던 캐나다 선교사 S. 홀에 의해서였다. 광복 후에는 한국복십자회, 조선기독교의사협회를 거쳐 1953년부터 대한결핵협회가 줄곧 발행을 맡고 있다. 금년도 '씰'을 판매중이다. 남을 돕는다는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결핵 퇴치 사업'의 일정 부분을 초중고생들의 호주머니에 기대고 있다는 것은 세계경제 10위권이라는 국가적 위상에 걸맞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도안이나 형태가 옛 것과는 달리 '스티커'여서 튀어 보이는데, 오히려 인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