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의 전망차

근면과 지혜로운 해

형과니 2023. 4. 19. 08:37

근면과 지혜로운 해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7-12-31 17:05:46


근면과 지혜로운 해


고려말의 문호 이규보는 쥐를 저주하는 주서문(呪鼠文)을 지어 쥐를 고발하고 있다. 대충 이러하다. 육축마다 할 일이 있어 한 가정에 이바지한다. 그러나 쥐란 녀석은 책임진 일도 없이 부엌벽을 뚫고 이방 저방으로 돌아다니며 시끄럽게 한다. 음식물을 도둑질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그런다고 하더라도 의복을 갉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고양이를 기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잔인한 꼴을 보기 싫어서임을 알거라.


쥐는 사람에게 백해무익하다. 무서운 번식력으로 사람이 먹는 것이면 함께 먹어 식량을 축내고 무서운 전염병도 옮긴다. 그러나 이솝의 우화에 나오는 쥐는 제법 기특하다. 잠든 사자를 잘못 건드려 잡아 먹힐 뻔 했으나 훗날 사자가 위급하게 되었을 때 보은한다. 어린이들의 인기만화 미키마우스도 의리있고 선량하다. 모험심과 의협심을 발휘하여 사사건건 횡포를 부리는 고양이와 투쟁한다.


오늘은 2008년 무자(戊子)년 쥐해의 첫날이다. 많은 짐승 중에 해만 끼치는 미물이 십이지에 참여하게 된 것을 보면 신기하다. 그것도 당당히 첫번째이다. 전해오는 우화로는 원래 첫째는 소였다고 한다. 열두가지 동물이 경주를 하는데 약삭빠른 것이 쥐여서 소의 등에 실려오다 골인 지점에서 뛰어내려 소보다 앞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십이지의 순차는 쥐 소 호랑이 토끼의 순이다. 즉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畜寅卯辰巳午未辛酉戌亥)이다.


십이간지는 이미 중국의 은나라때 시작되어 십이지의 머리에 십간을 달아 역법의 주기로 사용했다. 십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순이다. 십간과 십이지를 결합하면 60개의 간지가 되며 이것을 갑자 을축 병인 등 육십갑자라 하여 해마다 호칭으로 부여한다. 그리고 子해는 쥐해요 丑해는 소해 寅해는 호랑이해로서 그해에 태어난 사람을 일러 쥐띠 소띠 범띠라고 한다. 뿐만아니라 사람의 성격까지도 띠를 닮는다고 여긴다. 쥐띠는 약삭빠르고 소띠는 성격이 느긋하다는 등등이다.


그러니 쥐해에 쥐를 닮자고 할 수도 없고 근면하고 지혜롭자고 빌 수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