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의 전망차

기러기섬이 된 이유

형과니 2023. 4. 19. 09:02

기러기섬이 된 이유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01-23 17:35:42


기러기섬이 된 이유


기러기는 고향을 생각케 하는 향수의 새이다. 기러기를 고향 그리는 새로 여기게 된데에는 한나라때의 소무(蘇武)와 연관하는 고사가 있다. 소무는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포로되어 회유에도 변절하지 않았다. 그러느라 오늘날의 바이칼호 인근에 유배 행방불명으로 알려졌을때 그는 편지를 써 기러기발에 달아 고향쪽으로 날려 보냈다. 마침 황제가 활을 쏘아 편지를 받아보고 그를 구출했다. 19년의 세월이 흐른 후였다. 편지를 한자로 안서(雁書)라 함은 그 까닭이다.


기러기는 향수의 새일뿐 아니라 절개의 새로 알려져 있다. 한번 짝을 맺으면 결코 결별하거나 바꾸지않는 가륵한 새로 여겨진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혼례에 기러기가 등장한다. 식중에 전안례(奠雁禮)라는 것이 있는데 신랑이 신부집에서 청홍 보자기에 싸가지고 간 나무기러기를 처가 하님의 치마폭에 안겨준다. 겨코 백년해로 하겠다는 다짐인지 신부의 절개를 요구하는 뜻인지는 알수 없다.


그런데 기러기를 뜻하는 한자로는 雁자 말고 홍(鴻)자가 있다. 이를 자전에서 풀이하면 雁은 단순히 ‘기러기안’이요 鴻은 ‘큰기러기홍’으로 대체로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鴻雁이라고 할것 같으면 ‘큰기러기와 작은 기러기’라는 의미요 홍덕(鴻德)은 ‘큰덕’ 홍공(鴻功)은 ‘크나큰 공로’ 홍은(鴻恩)은 ‘넓고 큰 은혜’를 의미한다.


아무튼 가을 하늘에 人의 형태를 지으며 날아오는 기러기는 우리에게 친근미를 안겨준다. 그것은 리더를 앞세우고 그를 중심으로 비행편대를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즉 장유유서를 중시하는 질서의 새가 기러기이다. 기러기의 번식지는 시베리아의 툰드라지대이며 대개 10월중순부터 2월까지 우리나라에 머물며 논바닥의 이삭을 찾는다. 한강의 하구지대인 김포의 홍도평야도 바로 그곳이다. 기러기가 날아드는 곳이라는 지명유래이다. 예전부터 홍도평(鴻島坪) 혹은 ‘홍두평’이라고 했었다.


예전의 풍요롭던 홍두평 벌판-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새로운 도로가 지나면서 기러기들이 섬에 갇히듯 있을 곳을 잃어가고 있다는 본지의 16일자 기획보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