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배다리는 인천의 근현대 노상 박물관

형과니 2023. 4. 20. 00:23

배다리는 인천의 근현대 노상 박물관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1-23 17:41:15


배다리는 인천의 근현대 노상 박물관

김철성 자유기고가


아직 살아 있다. 그러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데 누구하나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리려 나서지 않는다. 모두 내 일이 아니란다. 경전에서, 학교에서, 또 어른들 말씀이 위험에 처한 이웃을 반드시 살리라고 당부했건만 행동은 그게 아닌가 보다. 참 비겁하다. 이웃은 위기에 처해있는데 어찌됐든 자신의 배만 부르면 그뿐인가. 네 생명이 내 생명의 시작인 줄 알지 못하니 이게 비극의 시작이다.


인천의 배다리 얘기다. 배다리는 배다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의 문제다. 배다리 주변은 인천의 근현대사의 텃밭이다. 인천인들의 고향이라는 얘기다. 고향은 어버이다. 내가 태어나 자랐던 신령스런 장소다. 여차여차해서 잠시 고향을 떠나 살다가도 언제라도 돌아와 지친 심신을 달래며 그리움을 해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얘기다. 명절 때의 귀향 행렬을 보라. 전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됐어도 기어코 고향을 찾아가는 이유는 이미 귀향이 아니다. 삼보일배 하는 성지순례의 다름 아니다. 종교건물에만 어버이가 계시지 않고 고향 배다리에도 분명히 거하고 계시는 것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다리는 산업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배다리를 지키는 인천 시민모임의 온몸과 마음을 던지는 항거로 잠시 주춤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은 온통 경제를 말한다. 일상도 경제로 문을 열고 닫는다. 경제는 이미 대도무문의 화두가 됐다. 우리 삶은 오직 경제뿐이다. 경제는 이미 우리시대의 최고선이다. 종교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절대 주 대신 물신으로 섬김의 대상을 바꿨다. 배다리의 산업도로 역시 경제에 편승했다.


그러나 보라. 우리네 삶의 궁핍은 단순히 경제 때문이 아니다. 수치를 나열치 않아도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경제는 눈멀게 눈부시다. 배가 불러 아예 배탈이 날 정도다. 다만 부의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을 뿐이다. 80대 20으로 상징되는 빈부의 비교표는 부의 편중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오늘의 화두는 분명 경제가 될 수 없다. 문화다. 약간 격을 높여 말하면 문화산업이다. 이렇게 말해야 경제만 운운하는 사람들의 귀가 뜨일게다. 문화를 가지고 밥 먹고 살 때가 됐다는 말이다. 부언하건데 더 이상 경제만을 말하는 천박을 버리라는 얘기다.


배다리와 그 주변은 한국과 인천의 첫 문명의 씨앗이 뿌려진 공간이다. 첫 문명이 잉태된 장소는 외형의 화려함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그 상징성만으로도 이미 끝끝내 지키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그래서 필자는 제안한다. “배다리를 근현대사 노상 박물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라고.


배다리 주변은 이미 거대한 문화콘텐츠다. 산업도로 공사에 소요된 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2만 달러를 말하면서 선진국의 진입을 꿈꾼다. 2만 달러만 되면 선진국이 되는 걸까. 대체 머리는 텅 비고 돈만 많은 사람을 선진국 사람이라 말해줄 수 있을까. 선진국의 지표 중 으뜸이 돈 보다 도서관과 박물관 많은 나라를 꼽는다. 그 이유는 그 나라의 정신세계를 가름하는 지적가치의 결정체가 모인 곳이 박물관과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돈만 많은 나라나 사람을 뭐라 부르는지 굳이 말해야 할까?


이제 인천시민들과 시의 머슴인 안상수 시장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문화콘텐츠의 보고인 배다리를 죽일 것인가, 아니면 살릴 것인가. 한번 죽여 버린 생명문화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만약 이 시대가 죽여 버린 배다리를 가까운 훗날 다시 복원하다는 어리석은 일들이 생겨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