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의 귀는 쇠귀, 우각로 공공미술의 교훈
시장님의 귀는 쇠귀, 우각로 공공미술의 교훈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1-23 17:48:21
시장님의 귀는 쇠귀, 우각로 공공미술의 교훈
시장SSA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 그것은 마치 연신 되새김질 하는 소의 두터운 입술을 연상시켰다. “도대체 저 사람의 귀는 쇠귀가 분명해.” 좌석의 사람들이 일제히 수런거렸다. 행사장 밖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새얼아침대화’의 초청강사로 나와서 ‘2009인천세계도시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요지로 2008년도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읽기보다는 낙심했음이 역력해 보였다.
한마디로 현장의 분위기는 2014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SSA의 시장선거 4선고지 점령으로 일찌감치 못 박은 양하였다. 따라서 2009년 세계도시엑스포의 준비에 올인 하는 해로 삼겠다는 SSA의 포부 뒤에는 그것이 분명 2010년 3선 시장선거용으로 기획된 이벤트라는 것을 감지하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극구 부인했다. 오히려 상하이와 두바이를 연호하며 개발주도의 명품도시 인천의 환영(幻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민도의 저급함을 비판하는 여유를 부렸다.
“남들은 (인천)아시안게임만으로도 시장의 임기를 더 연장할 수 있는 데, 굳이 많은 일을 벌여 괜한 욕을 먹냐고 하는데, 사심 없이 지역 발전에만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SSA의 발언은 교묘했다. 기세등등한 채로 시장 임기 연장을 당연시 하는 그의 태도를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지역사회의 원로들도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시간, DG는 배다리 우각로의 작업실에서 꼬박 밤을 지새우며 아트인시티(Art in City) 프로젝트의 보고서 작업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마을의 역사와 지역민의 생활이 곧 예술이다, 라는 슬로건 아래 인천 동구 우각로 주변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미술사업을 벌여온 지난 6개월이 한순간의 꿈만 같았다.
우각로 일대, 배다리로 통칭되는 이 동네는 가난과 소외로 낙후된 이미지가 만연되어있지만 반면 집집마다 작은 텃밭과 정원들을 지닌 소담스런 풍경과 더불어 헌책방거리, 공예품거리, 만물도매상점과 음주사랑방 그리고 오래된 가게와 인근의 근대건축물 등이 어울려 역사문화마을의 진정성을 웅변하는 터전들이 복닥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이 동네의 현안은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50m 산업도로의 개설을 고집하는 시의 도시계획을 바로잡기 위한 마을주민들의 반대투쟁에서 찾아볼 수 있다. DG가 문화관광부에 ‘아트인시티’의 공공미술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을 때 이 같은 도시의 난맥상을 미술의 힘으로 고발하겠다는 의지가 컷음은 물론이다. 문화관광부는 우각로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재탄생시켜보라는 주문으로 DG의 제안서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마을에서의 새로움은 과거로부터의 단절이 아닌 역사의 연속이자, 지금 시대의 새로운 도시와 마을의 패러다임인 지역공동체 의식의 회복과 자연환경의 회복, 주민들의 생활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모습이 되었으면 한다.” ‘기억과 새로움의 풍경’ 프로젝트 컨셉, 퍼포먼스 반지하, 2007
SSA는 주민들 앞에서와 뒤로 돌아서서의 말이 달랐다. 지금은 주민들 앞에서 도로공사 중지의사를 표명한 사실조차 까맣게 잊어먹은 듯했다. 자신의 말이 안 통한다 싶으면 담당국장을 바꿔서라도 모든 논의를 원위치 시키는 것이 그가 주민을 제압하는 전술인 셈이다. 주민들은 번번이 알고도 당했다. 그래서 주민들에게 이제 마지막 남은 대응전략은 육탄방어라는 인간사회 최후의 전술을 택하고 있음이다.
DG의 생각은 마을의 생기가 부단한 삶의 질문으로부터 찾아져야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었다. 의미 없이 방치되어온 학교 앞 담장에 역사의 편린을 벽화로 담고, 헌책방거리임을 확인케 하는 건물 벽면을 이용한 대형 벽화를 통하여 가로의 특성을 살린다. 무심한 2층집 담벼락에는 먼발치의 나무를 응시하는 소년의 모습이 벽화로 담기고, 사람이 떠나간 빈집 터에 작은 꽃밭을 일구고 바로 윗녘에 조망 가능한 쌈지공원을 만든다. 너무 낡아서 위태로운 집의 지붕은 새로 고쳐도 주고, 오랜 세월 마을사람들의 사랑방 구실을 해온 주점과 가게는 안팎으로 수선과 장식을 더해주고, 동네 주차장과 어린이 놀이터 곳곳에 미술의 상상력에 기반한 설치물을 시공하며, 황토벽 담장에 마을의 이야기를 부조로 담아내는 등 마을이 통째로 거리미술품이 되는 기획안으로 배다리 우각로 일대를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계가 되어버린 공무원들은 시장의 말 한마디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동강내기에 혈안이 되어있고, 그들의 앞길을 막아서 있는 따뜻한 마음의 주민들을 홀대하며, 부자동네를 위해선 가난한 동네의 문제의식쯤이야 봉합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투로 강경일변도의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음이다.
SSA에게 배다리 우각로 일대의 공공미술 현장을 둘러보시라는 초청장을 보내야 할 것 같다. 그가 다시 이 동네를 찾아 주민들이 제안하고 있는 ‘배다리 역사, 문화, 녹색마을 만들기’의 염원을 헤아려준다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지랴. <계속>
등장인물
SSA(실명:안상수)=현 인천광역시장. 스스로가 CEO시장임을 자임하면서 인천의 미래를 ‘명품도시’의 구현에서 찾는다. 그는 하드웨어 중시형 시장이다. 그의 문화마인드 또한 과시적이며 최근 들어 부쩍 브랜드 마케팅에 집념하고 있다.
DG(실명:드라마 고)=지역운동과 미술의 결합을 통하여 대안적 교육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젊은 집단 퍼포먼스 반지하의 대표이다. 일찍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역임했으며, 2007년에는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도시갤러리’(서울시) 프로젝트와 ‘아트인시티’(문화관광부) 프로젝트를 동시에 운용하며 공공미술의 업역을 확장시켰다.
인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