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양키시장, 그리고 시장 사람들

형과니 2023. 4. 22. 10:38

양키시장, 그리고 시장 사람들

인천의관광/인천가볼만한곳

 

2008-02-29 15:51:35

 

양키시장, 그리고 시장 사람들

지금은 세월을 운명처럼 맞은 ''와 최신 유행의 명소

 

 

차 한잔의 대화

 

 

할머니! 녹차한잔 하실래요?”

옆 가게 아주머니가 묻는다.

나 오늘 개시 못해서 동전이 없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리자, “개시하면 나 한잔 사줘요.” 라고 웃는다.

 

맞은편 명찰가게 아저씨가 오늘도 문을 닫았다.

그나마 장사가 되는 곳이 명찰가게인데 이렇게 며칠을 쉬면 안 되는데하며 커피 파는 할머니는 말한다. 이제는 가족이다. 경쟁하며 사는 시장사람들이 아니다. 얼마 되지 않아 철거될 양키시장’. 아직은 살아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시장사람들의 심장이 뛴다.

 

그래도 아직은 가게 문들이 열려 있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커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수다쟁이 할머니도 둥굴레차 한잔을 사드렸다. 그런데 만원권 지폐밖에 없지 않은가?

이따 줘!”하며 처음 보는 나에게 거금 800원 외상을 주시는 것이다.

 

수입품가게

 

새어나오는 햇살

 

 

가게 앞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할머니는 나에게 말을 건넨다.

내가 평양에서 시집와서 지금껏 인천에 사는데 첫째 아들은 며느리가 술로 사는 바람에 병으로 죽고 애들을 내가 키우고 있어. 둘째는 장애인인데 며느리도 장애가 있어서 둘째네 애들도 내가 키우고 막내딸은 사위놈한테 하도 얻어맞아 도망갔는데 지금은 연락도 안돼.”하며 낯선 나에게 곡절 많은 삶을 털어놓는다.

 

난 다른 이들에게 개시를 해드리려고 담배를 사러 담배좌판을 찾았다.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언뜻 보기에도 80은 쉬이 넘었으리라.

레종 블랙 하나 주세요.”하자 레종 블루를 주신다. 잠깐 당황하고 좌판을 둘러보니 블랙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블루를 받고 3000월 냈다.

 

“1800원이야하시면서 다시 1200원을 건네 주셨다. 레종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가 1800원이고 블랙은 그 후에 출시됐다. 이렇듯 시장사람들의 시간은 많이 늦다. 아니 멈춰 버렸을 수도 있다. 아주 오래된 기억처럼.

 

담배 파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