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광장과 하늘

형과니 2023. 4. 24. 08:23

광장과 하늘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4-21 02:15:12


답동은 광장(廣場)이었다. 인천의 '아크로포리스'였다. 무슨 대회(大會)라도 열라치면 으레 거기서 모이는 것으로 알았다. 플랑카트가 물결을 이루고, 다함께 횃불을 피워 올리듯 외쳐대는 구호들이 하늘을 찌를 듯 하였다.

광장 뒤편 언덕배기에는 그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함성으로 화답하곤 했었고, 그 위에는 마치 그 모든 광경을 굽어보고 있는 듯 '답동성당'이 고아한 자태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이 서 있었다.

그게 '답동성당'이었다. 성당 모습 자체가 평화요, 위안이었다. 밤마다 은은하게 인천의 밤하늘을 감싸 안았던 종소리, 멀리 '안송림'에서 '싸리재' 쪽을 바라보아도 아스라이 보이는 종탑은 언제나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그런 풍경을 1973년 10월, 인천교구 측이 '카톨릭회관'을 준공하면서 스스로 우리의 시야에서 지워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회관의 층수를 낮추더라도 성당만은 언제,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게 했어야 옳았다.

인천의 도시적 풍광을 망쳐버린 또 한 곳은 '인천백화점'이다. 증기기관차가 오가던 50ㆍ60년대의 동인천역 광장은 청춘남녀의 낭만의 산실이요, 그 너머 수도국산 쪽으로는 아득히 바라다보이는 하늘이 펼쳐 있었다.

그런데 철도청이 장삿속에 민자역사(民資驛舍) 운운하며 1989년 4월 흉물스런 비건축적 구조물을 세우게 하면서 동인천 지역의 '광장'과 '하늘'을 모두 앗아가 버렸다.

재개발 열풍에 구도심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즈음이다. 다시금 '카톨릭회관'과 '인천백화점' 같은 건축적 우(愚)를 범할 수는 없는 일이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