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친수공간(親水空間)

형과니 2023. 4. 25. 00:12

친수공간(親水空間)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5-01 19:28:52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에 이슬 맺힌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날 밤/ 지금은 어디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가수 고운봉이 왕년에 부른 '선창(船艙)'이란 대중가요 가사다.
그 같은 비릿내 나는 부둣가의 정서가 60년대 인천에도 있었다. 거기에는 벌렁 누어있는 낡은 어선들, 널려 있는 그물들, 생선 썩는 냄새, 짭조름한 바닷바람, 생선 장수들과 손님들의 흥성거림 등이 어우러져 있었다.

'선창'은 그렇게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내 것, 우리 것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담과 철책이 쳐지면서 전용 물량장이 들어서고 일반인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근접할 수 없는 성역이 되어 버렸다.

애환 어렸던 '선창'이 노래 그대로 '지금은 어디로 갔나…'가 돼 버리고 만 것이다. 그 후 수십년래 인천사람들은 바다를 잊고 살았고, 지역사회 역시 항구도시로서의 진취적 정체성마저 서서히 상실해 가고 있었던 게 아닌 가 싶다

진탕길을 피해 다니던 그 옛날을 엉터리 복원하듯 재현하자는 감상적 회고가 아니다. 우리가 그간 망각해 왔던 크고, 힘차고, 불양수(不讓水)하는 '인천의 바다'를 되살려 내어 그것을 지역의 표상으로 세워 살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몇몇 곳에 조성 중인 '친수공간(親水空間)'은 하나의 단초는 될 수 있을지언정 바다를 상실한 시민들의 정서적 갈증을 채워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바다와 더불어 사는 일본 요코하마의 시민들이 또한 부럽다. 개와 함께 산책하는 할머니, 조깅하는 청춘남녀, 자전거를 탄 아이들을 인천의 해변에서 볼 날은 그 언제일까?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