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문화재 발굴

형과니 2023. 4. 25. 09:06

문화재 발굴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5-13 15:15:36


미추홀 자가 본보 문화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때의 일이다.

하루는 고고학 연구가인 김석훈 선생이 영종도 신공항 공사 현장(삼목도)에서 신석기 시대 유적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고 다급하게 소식을 알려왔다.

이튿날 김 선생의 안내를 받아 현장엘 가보니 말 그대로였다.

불도저가 산 중턱에 기우뚱 서 있고, 밀어낸 절개지가 흉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 단층 여기저기서 빗살무늬토기 조각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 먼 옛날, 삼목도 일원에 살았을 인천인의 선조 신석기인들이 '일찍이 우리가 여기 있었노라'고 말하고 있는 듯싶었다. 다음날 본보는 1면 톱기사를 '신석기 유적 훼손'으로 뽑아 요로에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공사판만 눈에 보였던지 관계자들은 콧방귀도 안 뀌는 것 같았다. 일부 지역에 지표 조사를 실시하기는 했지만 그 조사 대부분이 부실했던 것은 나중의 보고서가 역설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노태우 정권이 100만 호를 건설할 때도 그랬다. 연수구 동춘, 척전 일대 농어민의 민속 조사는 고사하고, 인천의 상고사를 밝혀줄 지도 모를 '청릉(靑陵)' 등 유적지 위에 대단위 아파트를 서둘러 때려지은 우리다.

그런 판에 문화재청이 문화재 발굴 처리 기간을 140일에서 40일로 단축하겠다고 나섰다. 건설업자들은 제멋대로 유적을 뒤엎고, 국가는 졸속 발굴을 감행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대운하 건설'을 추진에 하는 데 현 '문화재관리법'이 거추장스러웠던 모양이다. 말도 안 되는 관련 학자들의 아세(阿世)가 역겹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