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 작은극장 돌체
문학동 작은극장 돌체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6-23 16:00:03
전진삼의 건축탐정 AQ
인천의 브랜드, 문학동 작은극장 돌체
인천시 남구 문학동 348-17번지. 극단마임·작은극장 돌체가 2007년 4월16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학월드컵경기장 북문을 바라보며 살짝 비켜 앉은 극장의 근거리엔 인천도호부청사가 자리하고 있다. 뒤로는 문학산이 배경이 되고 있어 시각적으로 안정된 느낌이다. 그러나 앞에는 30m 도로가 통과하고 있어 교통소음이 신경을 거스른다.
인근에 인천지하철 문학경기장역과 인천터미널역이 있지만 역에서부터 도보로 접근하기에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대중교통은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극장 앞에 정류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일반버스 2개 노선 정도에 불과하다. 애써 극장을 찾는 인천 시민들에겐 참으로 불편한 위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극장을 찾는 이들 다수는 ‘돌체’의 명성을 좇아오는 극성팬들이다. 공동대표 최규호씨와 박상숙씨는 1979년에 중구 경동사거리 부근 얼음공장에서 소극장 돌체를 창립한 후 30년 가까이 인천에서 연극무대를 지켜오고 있는 부부이자 무대를 살찌우는 파트너 예술가다. 그들은 특히 한국에서 클라운 마임(Clown Mime)의 장르를 개척해온 장본인들이다. 무대예술에 관한 한 이들의 열정과 연륜은 곧 인천 연극무대와 공연예술의 살아있는 역사요, 현존하는 전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작은극장 돌체는 4층 규모의 건물로 내부에는 100석의 계단식 극장을 품고 있다. 외관에서는 얼핏 어린이 전용극장인 듯싶은 지붕의 디자인이 시선을 끈다. 건물 매스를 분절시킨 수법이라든지 엘리베이터 기계실과 무대상부에 고깔형태의 삼각지붕을 얹은 수법은 극장을 표현하는 합리적이며 낭만적인 건축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은 지구단위계획에서 경사지붕을 하게끔 규정 되어 있어 설계자로서는 자연스럽게 법적용을 한 결과인 셈이다.
이 극장에는 12인승 엘리베이터가 1대 설치되어 있다. 이미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들을 위한 배려다. 장애우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곧장 3층에 위치한 극장의 객석 상부로 힘들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사실 1층 남녀화장실에서도 각각 장애우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크지 않은 규모의 소극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장치들이 아니다. 건축가의 장애우를 향한 소신과 철학이 돋보이는 사례임에 분명하다.
“혹시 설계자가 누군지 아시나요?”
박상숙 대표는 어렵지 않게 건축가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VINE? 금양도 아는 인물이었다. 평소에 장애우를 위한 편의시설을 적용한 설계수법의 규범을 연구하고 기회가 되는 대로 자신의 건축디자인에 적용해온 그였다. 몇 년 전부터 수목에 관심을 두고 조경 식재 연구를 하고, 용하다는 족집게 강사를 화원에 초빙하여 집중과외도 받았을 뿐더러, 수년에 걸쳐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틈틈이 희귀한 수형을 모아온 끝에 지지난해에 드디어 부인과 함께 화원을 차리고 운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다.
“지금 어디 있어?”
“농장이야.”
솔직히 그가 화원을 차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농장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까닭에 시 외곽 변두리쯤 어딘가에 있는가 싶어 만날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에, 그가 말했다. 화원에서 500여m 떨어진 곳에 농지대가 있는데 그곳에 여러 동의 비닐하우스가 있고…, 주말이면 설계사무실 일을 잊고 그곳에서 수행(?)하며 산다는 것이었다.
“팔자 좋네.”
VINE은 소극장 건과 관련해서 많이 아쉬워했다. 무엇보다도 초기에 250석 규모의 극장을 지하에 배치하는 계획안이 수포로 돌아간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극장을 지하에 묻는 동시에 건물은 중정을 갖는 ‘ㄷ’자형 평면으로 이 작은 공간을 찾는 관객들에게 보다 아늑하고 정감어린 느낌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원안대로라면 풍족한 기능실들로 인해 현재의 극장이 안고 있는 공간부족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외장재 또한 소위 녹슨 철판이라는 내후성강판을 적용하고 싶었으나 예산 문제로 결국 현재의 알루미늄 칼라 패널로 대체되었고, 그 바람에 세월과 함께 고풍스러워지는 건물의 입면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또 다른 외장재인 압출성형시멘트패널(속칭 베이스패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건물전면에 보이는 빨간색의 창호 프레임은 설계안과 다르게 시공된 것이라며 분심을 삭히지 못했다. 설계와 감리 행위가 별개로 이루어짐으로써 현장에서 임의로 조정된 사례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정작 VINE을 힘들게 한 것은 총 예산의 감액으로 1차 설계안을 통째로 파기하고, 전혀 새로운 두 번째 안을 만들어 공사에 임하게 되었던 점이다. 이 대목에서 박상숙 대표 또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100석 규모의 극장으로는 수지를 맞춘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통상 200~300석 규모 정도는 되어야 극장 운영에 탄력이 붙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대안으로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무대를 올리고, 사회취약계층 및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마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하는 등 자구책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한 의지는 객석의 설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다. 등받이 의자를 착탈 가능한 이동식으로 하여 다수 관객을 위한 공간 활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었다.
작은극장 돌체는 극단마임에 의해 3년 한시적으로 위탁경영하는 시스템이다. 매 3년 재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 경우 위탁경영의 주체가 바뀔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는데 그때마다 극장의 이름 또한 변경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극장의 태생에 작용한 소극장 ‘돌체’의 아우라가 영원히 지속되는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뒷날에라도 인천에서 소극장 ‘돌체’의 브랜드 파워가 행정의 무지로 꺾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진다.
<계속> 제보 및 기타의견: hinsan@paran.com
등 장 인 물
VINE(실명:황순우)=1960년생. 홍익대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건축사사무소 바인의 대표이며, 중구 미술문화공간의 MA(Master Architect)로 활약하고 있다.
강성교회로 인천시 건축상 우수상, 미래광장 화장실로 인천광역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특히 장애우를 위한 건축시설계획의 연구와 실천에 남다른 실력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하늘 꿈 교회, S제단 사회복지시설 등 다수가 있고 현재 청라 시티타워 PA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