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성덕당(成德堂) 

형과니 2023. 5. 9. 01:20

성덕당(成德堂) 

仁川愛/인천이야기

2008-07-02 00:23:22

 

성덕당(成德堂) 

 

'인천은 우리나라 근대 건축 문화의 보고(寶庫)였었다.' 이렇게 모두 문장의 시제(時制)를 재고의 여지가 없는 대과거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정황들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기 때문이다.

 

전쟁의 포연 속에 사라진 세창양행 사택, 별 손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헐어버린 죤스턴 별장, 문화재 지정을 겁내 하루아침에 부숴버린 중화루, 군부대의 실화로 잃은 오례당 등 등을 생각하면 문화적 수치감마저 느낀다.

 

그나마 학교 건물들은 온전하려니 싶지만, 그도 예외가 아니다. 독일 건축가가 설계한 송림초등학교 본관은 누전으로 잿더미가 된 지 오래고, '아카렌카(赤煉瓦)' 건물의 전형인 율목동 인천고도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헐렸다.

 

예외가 있다면, 창영초등학교 본관이다. 1919년 인천 만세운동의 시발지로도 유명한 이 학교 건물을 구사일생으로 살린 것은 건축문화에 이해가 깊은 이 학교 동창회 인사들의 선견지명과 열정에 의해서였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물포고 강당인 '성덕당(成德堂)'의 존치 여부를 두고 이야기가 분분한 모양이다. 붕괴 위험이 있으니 헐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각에서 편다지만, 여러 면에서 두고두고 연구해 봐야 할 사안인 것 같다.

 

60년 이상 된 건물, 애국지사와 명사들이 찾아와 열변을 토했던 '큰 교실', 수많은 인재들이 그에 감화를 받고 꿈을 키웠던 교육의 장이 '성덕당'이었다면, 그를 단순한 건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전국에 몇 없는 독특한 건축 양식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고 보면, 보존해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