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예술 접목 … 현장과 소통 중요
사회이슈 예술 접목 … 현장과 소통 중요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7-08 19:16:23
사회이슈 예술 접목 … 현장과 소통 중요
성효숙 인천민예총 회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인천지회(이하 인천민예총) '해시'가 있는 관교동을 찾은 건 봄볕이 따사롭던 지난 달 28일 오전이었다.인천민예총 성효숙(51) 회장이 도착한 시간은 약속시간인 11시를 약간 넘어서 있다. "여전하시네요." 기자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아 그렇죠, 언제 보고 처음 보는거죠?" "아마 2006년도였지요? 노동굿문화제 때…." "아 그렇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지요." 인천민예총 사무실은 협소한 반면, 한 켠으로 전시실을 갖추고 있었다.
-인천민예총이 벌써 14주년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성과라기보다 지금은 민예총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대내외적인 요건이 많이 바뀌었어요. (민예총이)엄혹한 시대에 만들어진 단체이잖아요. 따라서 지금까지 자부심을 갖고 있고 6개의 장르위원회와 2개의 특위가 따로 또 같이 결합을 하면서 크고 작은 일을 함께 해왔습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이 있는데요. 당시 처장이던 손동혁씨가 지금 위탁을 받아 소장으로 가 있는데, 영상미디어센터는 남구와 준비해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예술영화전용상영관도 만들었지요. 젊은 일꾼들이 활력있게 일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6개 장르와 2개 특위는 어떤 것들이지요. 장르위 특위가 많기는 한데 개별적으로 두드러진 활동은 잘 안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연극, 미술, 영상, 풍물, 음악 그리고 사진 6개 장르가 있구요, 정책위원회와 노동미술위원회 2개 특위가 있죠. 모두에 말씀드렸지만 인천민예총은 월미평화축제처럼 전체 민예총이 참여하는 사업이 있고 작년에 했던 창작기행 비류를 찾아서와 같은 장르별 사업이 있습니다.
민예총은 특정한 장르별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사무처를 중심으로 계양산 살리기, 배다리 살리기 등과 같은 현안에도 적극 뛰어듭니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민예총 회원가운데 전교조 선생님들이 계시거든요. 그 분들은 민예총과 결합해서 활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독립적으로 현장에서 소통하며 교육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천민예총은 순순예술보다는 참여예술을 지향하고 있는 편이지요?
▲예술은 감동의 생산 아니겠어요? 그 감동은 더불어사는 사회 속에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황해미술제는 반전평화를 위한 전시회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 우리 사회는 2080시대 입니다. 사회 구성원 20프로가 80프로의 부까지 독점하는 사회속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사회양극화문제를 말하는 겁니다. 황해미술제는 이처럼 사회의 주요 문제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 때 그 때 맞는 이슈를 시기적으로 적절히 예술에 접목시켜왔지요.
간단히 말하면 황해미술제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미술이다 라고 보면 됩니다. 이 사회의 비전을 만들어가고 꿈을 함께 꾸는 행사라고 볼 수 있지요. 저는 예술이 행위주체자만의 것이 돼선 안된다고 봅니다. 예술은 반드시 수용하는 자와의 소통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민예총의 월미평화축제가 있는데 이 축제의 성격에 대해서 집안잔치라고 보는 시각도 있던데.
▲월미평화축제에 안 와보셨어요? 월미평화축제는 매년 9월에 열리는데 말 그대로 평화를 위한 축제입니다. 평화라고 하면 다소 추상적이기도 한데 평화란 개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하죠. 평화는 21세기의 화두 아니겠어요. 생태문제, 이주민 문제, 계양산 문제 이 모든 것들이 평화와 직결된 문제들입니다.
월미평화축제는 1회성 집안잔치와는 다릅니다. 일상적 소통속에 모든 시민들이 결합해 만드는 날씨 좋은 축제입니다.
-축제 얘기는 이쯤해두고 문화예술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인천의 문화예술 지형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쉽게 말해서 인천에서 열리는 공연전시의 내용은 어떻고 그것을 수용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인천에서는 현재 여러가지 공연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연예술에 드는 사업비가 적절히 쓰여지는지는 한 번 따져봐야 합니다.
인천&아츠나 여성비엔날레라든가 어마어마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보면 내용에 대해서 저는 회의적입니다. 인천&아츠의 경우 지역성을 배제하고 있고 여성비엔날레의 경우는 내용에 있어서 규모에 맞는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거대도시의 허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예산이 너무 과다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예산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성비엔날레의 경우 여성성이 떨어지고 얼마만큼 넓게 소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입니다. 여러 가지를 고민한 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가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천문화재단 2기가 출범했습니다. 시민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인천문화재단은 1천억 원 출연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지만 인천의 문화지형을 다시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인천문화재단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요.
▲인천문화재단이 3년이 됐으나 아직까진 과정이라고 봅니다. 민예총 역시 재단설립을 위해 목소리를 많이 냈었습니다. 거기에 견주어 민예총의 경우를 다시 말씀드린다면 민예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단체입니다. '전무'에서 시작했는데 말하자면 목 마른 사람들이 파 낸 샘 같은 곳이었습니다. 인천문화재단이 앞으로 진보적인 사업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외람된 말씀 한 두가지 드리겠습니다. 민예총이 미술과 같은 특정 장르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얼마전에는 민예총 장르위원회였던 '인천작가회의'와의 갈등도 있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미술쪽으로 집중되기는요. 민예총은 풍물과 영상도 열심히 합니다. 단 처음부터 만들어지지 않고 나중에 만들어진 장르의 경우 다소 눈에 띄는 활동이 보여지지 않을 수가 있겠지요. 미술과 굿위원회가 가장 먼저 만들어진 위원회입니다.
작가회의와의 갈등은 이렇게 보면 됩니다. 말하자면 사업이 따로 간다는 것인데 이는 진보가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관점에서 볼 때 인천민예총은 여전히 따로 또 같이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6년 노동미술굿 행사를 하실 때 '현장' 얘기를 강조하셨습니다. 지금도 현장을 중시하시는지요.
▲물론입니다. 여성, 저소득층, 청소년, 아동 등 현장엔 사회적 약자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시혜적 차원이 아닌 함께 간다는 점입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부의 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잖아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시대의 희생자는 당연히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요즘 자살청소년들도 크게 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한 사회인가를 반증하는 것입니다.
저는 몇 년전부터 개인적으로 예술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힘겨운 사람들이 있는 현장에 나가 예술을 매개로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겁니다.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고 함께 그리기도 하면서 치유를 해나갑니다. 지난해는 여성노동자회, 여성민우회 등 단체들과 함께 일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제가 여쭤보지 않았지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도 그렇고, 민예총도 그렇고 인천시민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진보적인 문화예술을 생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나라는 질곡의 역사가 많았고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로 살아가는 등 모순이 가득합니다.
-순수예술보다 참여예술을 지향하겠다는 말씀이시죠?
▲저는 순수, 참여예술이 따로 없다고 봅니다. 80년대는 표현의 자유가 없었는데요. 예술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외쳤고 그것이 참여예술이 된 것입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한 것이지 특별히 참여예술을 하겠다 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거든요. 순수 참여는 낡은 논쟁일 뿐예요.
/글=김진국·사진=정선식기자 blog.itimes.co.kr/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