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운북-같은 사주팔자 다른 삶
영종운북-같은 사주팔자 다른 삶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21 00:40:22
같은 사주팔자 다른 삶
예로부터 한날한시에 태어나면 똑같은 삶을 산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영종도 운북동 마을에 김가와 이가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똑같은 날, 똑같은 시각에 태어난 사람들이었다. 두 사람 모두 아들 삼형제를 두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김가는 매우 가난하게 살고 이가는 엄청난 부자로 살고 있었다. 그러니 김가가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가와 나는 한날한시에 태어났거늘 어찌하여 이가는 부자로 사는데 나는 이처럼 가난한가?
아무래도 이가에게 무슨 특별한 비결이 있나 보다 하고 이가를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며칠 후 김가의 갑작스런 방문을 반갑게 맞이하며 이가가 말했다.
“어떻게 그동안 소식이 없었나?”
이가의 반가운 말투에 김가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오랜만에 한번 찾아왔네. 난 사흘에 죽 한 끼 먹기도 힘든데 자넨 어찌 이리 잘사는가? 잘사는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
이가는 김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 자네하고 나는 한날 한시에 태어나 사주 팔자가 같지 않나. 내가 이렇게 사는데 자네가 왜 못살겠나?”
곧이어 술상이 들어왔다. 술잔이 한참을 오가고 나서야 이가가 입을 열었다.
“사실 우리 집이 이렇게 잘살게 된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네. 우리가 변변히 내세울 게 뭐가 있나. 그저 자네도 알고 있듯 우리 아들들이 효자 아닌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한다네. 이제부터 한번 보게나.”
말을 마친 이가가 세 아들 중 맏아들을 갑자기 불렀다. 한참 단잠을 자고 있던 큰아들은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서 안채로 건너왔다. 큰 아들은 공손하게,
“아버님 부르셨습니까? 무슨 일이 생겼는지요?”
“아무도 없는 저 헛간 마루에서 뚝뚝 소리가 나는 것이 아마도 귀신이 있는 듯하니 저 헛간을 당장 찍어 없애라.”
“예, 알겠습니다.”
큰 아들은 급히 일어나 멀쩡한 헛간을 도끼로 마구 찍어서 허물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가가 일을 멈추라 했다.
“이제 됐다. 들어가 자거라.”
김가는 속으로 ‘아니, 이럴 수가… 아버지 말에 저렇게 순종을 잘하다니…’하고 탄복했다. 이번엔 둘째 아들을 불렀다.
“아버님, 어디 편찮으십니까?”
“아니다. 외양간 소가 이 여름에 더위에 지쳐 잠을 못 자고 울어대니 저 다락에 당장 올려다 매라.”
이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둘째는 소를 다락으로 끌고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도저히 소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됐다. 그냥 들어가 자거라.”
이가가 이번에는 막내 아들을 불렀다.
“내 가만히 보니 저 산골짜기 가운데에 돌무더기가 있더구나. 그 돌무더기를 모두 가져오너라.”
이가의 말을 듣자마자 막내는 지게를 지고 산골짜기로 올라갔다. 돌을 한참을 줍다 보니 커다란 바위가 땅 속에 박혀 있었다. 막내가 그 바위를 파내려 한참을 애쓰는데 갑자기 쿵 소리가 나면서 바위가 갈라지고 커다란 금덩이가 보이는 게 아닌가. 막내는 얼른 금덩이를 캐서 집으로 가지고 돌아왔다. 이 광경을 모두 지켜 본 김가는 너무나 놀라 이가에게 연유를 묻자 이가는 빙긋이 웃으며,
“이제야 알겠나? 예로부터 효자가 있는 집은 화목하고 부유하기 마련일세. 자네 집은 어떠한가? 한번 나와 같이 가서 시험해 보세.”
이가의 말을 들은 김가는 자기 집으로 가서 아들들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밤이 깊어 다들 잠들 무렵 김가가 큰 아들을 불렀다.
“큰아이야.”
큰아들은 방안에서 나오지 않고 대답했다.
“아버지, 말씀하세요. 다 듣고 있습니다.”
아들의 태도에 기가 막힌 김가는 말을 계속했다.
“저 헛간 마루에 뭐가 있는 것 같으니 찍어 없애라.”
김가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들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아버지, 어디 아픕니까? 아니, 있긴 뭐가 있습니까? 멀쩡한 헛간을 찍으라니 말이 됩니까?”
김가는 크게 실망하고 둘째를 불렀다.
“둘째야, 소가 외양간이 너무 더워 자지 못하는데 당장 끌어내어 다락에다 매어라.”
“아버지, 지금 제 정신입니까? 아니, 다락에 소를 어떻게 맨단 말입니까?”
김가는 마지막으로 막내아들을 시험해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를 지켜보던 이가가 그제야 김가를 보며 말했다.
“보게나. 집안이 화평해야 부자가 되는 것이고 자식이 부모를 공경할 줄 아는 집안이라야 하늘도 돕는 거라네.”
그제야 김가는 모든 것을 깨닫고 자식들에게 부모 공경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 가르쳤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