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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發, 옛 인천경관의 위기"

형과니 2023. 5. 12. 00:18

배다리 , 옛 인천경관의 위기"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8-08-01 12:57:40

 

배다리 , 옛 인천경관의 위기"

전진삼 객원논설위원 (건축비평가, 광운대 겸임교수)

 

우리는 지금 부자(富者)도시에 대한 환상을 꾸고 있다. 그래서겠지만 환상의 끝이 명품이건 브랜드건 말장난의 도가 거침이 없다.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이다. 상대방이 시비 걸지 않는 한 굳이 정도를 걸을 일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인천시 수장과 그의 주변머리들이 보여주는 행태다. 시비 거는 주체가 잠잠해지면 여지없이 이제까지의 나쁜 행각을 다시 일삼는다. 인천세계도시엑스포 해프닝이 그러하다.

 

국가적으로 망신살이 뻗고, 도시 차원에서의 자존심 구기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저들의 세상사는 법은 물불가리지 않고 돈 되는 도시, 인천을 만드는 일에만 전념하는 듯 보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동북아 주변정세에 휘둘려 살길이 막막한 도시로 전락함은 물론이요, 영원히 서울의 변방으로서 체면 구기는 일만 여전할 것이란 위협적인 시각으로 시민들의 정서몰이를 한다. 그러다보니 인천에서 벌어지는 다수의 대형 사업은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조악하고, 의문투성이다. 한마디로 밀실행정의 표본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발전을 향해 노력하는 저들의 충정을 이해하려다가도 문득문득 불안해지는 것이 상식을 벗어난 판단과 과욕의 결과가 가져올 파행의 단초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저들은 대체로 지역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척 연기는 잘 하는데, 적당히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작 쓰여진 대본을 앵무새처럼 읽기만 하는 종족들로 돌변해 주민들의 울화통을 긁어대는 데 선수다.

 

배다리산업도로건설을 저지하는 주민들의 오랜 분투도 저들의 노련한 처세론에 놀아나고 있다. 토건국가의 폐해라면 건설입국의 기치 아래 지역의 문화를 갈아엎는 행태에서 찾아진다. 바로 그런 악습의 되풀이를 막고, 지역의 문화적 토대를 지켜내기 위해 똘똘 뭉친 주민들의 도로개설 육탄방어의 의미 있는 행동조차 가볍게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 여간 안쓰러운 일이 아니다. 사실이지 지역민들로서는 도시계획이라는 원대한 구상의 도면을 이해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도 위에 그려진 선의 의미가 무엇을 함의하며, 도로의 폭원이 어떻게 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이들이 없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사정이 이러하니 주민들의 눈이 어두워 한참 동안 공사가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부랴부랴 주민들의 입장을 정리하고 행정당국과 부닥치게 된 과정을 두고 사업초기에는 수수방관했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일이 되어갈려니까 몰려나와 공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몰아세우는 것은 아주 고약한 일이다.

 

배다리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지금 배다리산업도로개설의 문제를 인천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심정적으로는 동의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피켓을 든 지역의 내부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다. 도로개설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아픔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선으로 말미암아 배다리를 지키는 주민들의 외침은 컸던 바면 그 소리의 자장(磁場)은 너무나 미약하다. 마을주민들이 고군분투하고, 기초의회 또한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인천시의 입장을 뒤바꾸기엔 역부족이다. 지역 고유의 문화적 향기가 담긴 역사적 건축물과 사라져가는 골목길 같은 전통적인 우리네 도시공간조직을 가볍게 여기는 풍토가 만연돼 있어 마을을 두 동강내는 도로의 선을 그어놓고도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을 뿐더러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앞장서서 도로개설의 타당성을 설명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부재했던 점은 전형적인 밀실행정의 한 사례라 단정해도 무방하다. 그런 연유로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극한의 상황까지 대비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인천은 배가 드나드는 길과 선박으로부터의 화물을 받아들이고 내륙으로 옮겨가는 육로가 함께 성장한 도시다. 이번 배다리산업도로 개설 사태 또한 이 같은 논리로 바라보게 되면 송도와 청라지구를 연결하는 산업도로라는 성격이 겉으로 드러난 개설 사유임에 분명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설된 북항의 존재가 시발이 됐다고 보는 견해가 설득력이 있다.

 

송도 신항의 개발에 무게를 두고 그것에 박차를 가했더라면 상대적으로 북항 건설의 저지를 통한 오늘의 화()를 면할 수도 있었을 텐데 공교롭게도 그 불똥이 인천 내 근대역사문화의 거점도시인 배다리로 튀게 됐다는 것이다. 앞뒤 정황으로 판단해보건대 현재로서는 배다리주민들의 산업도로 저지운동이 무척 어려운 국면으로 치달을 것이 예견된다.

 

다른 방도가 없을까? 당장은 직접적인 연관이 적어 보이지만 항차는 지역 안팎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내항의 친수공간을 위한 주민 합의체와의 접속을 통한 문화적 연대를 생각해보면서 산업도로 저지의 새로운 국면을 도모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