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과옛적의 인천이야기

넉살 좋은 강화년

형과니 2023. 3. 12. 08:54

넉살 좋은 강화년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21 00:42:52

 

넉살 좋은 강화년

 

강화 여성들을 이야기 할 때, ‘넉살 좋은 강화(江華)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말은국어대사전(민중서관)에까지 올라 있다. 사전은 체면도 염치도 모르는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강화 남성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말이 없는데 왜 여성들에게만 이런 말이 생겼을까?

 

1920년대부터 강화도의 많은 가정에서는 포목 짜는 기계를 몇 대씩 들여놓고 살림을 꾸려갔다. 이렇게 생산된 포목을 남자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내다 팔았다. 교통 수단이 별로 없던 때라 봄이 되면 남자 상인들은 6.7명의 부녀자들과 함께 강화를 떠나 다른 곳으로 포목을 팔러 갔다. 남자 상인이 주막집이나 마을 중심지에 근거지를 정하고 나면 같이 온 부녀자들은 머리에 물건을 이고 뿔뿔이 흩어져 팔러 나섰다.

 

남편과 자식들을 고향에 두고 온 그녀들은 가지고 온 물건을 되도록 빨리, 그리고 모두 팔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그녀들은 부지런히 뛰었다. 먹을 것까지 아끼면서 물건을 팔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녀야 했다. 아침 일찍부터 그녀들은 아무 집이나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는

 

안녕하시꺄?’

 

라는 강화도식 인사를 하면서 마루에 걸터앉아 흥정을 시작했다. 이렇게 한나절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팔다 보면 점심때가 되었다. 그러나 점심을 사 먹기에는 돈이 아까운 그녀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길을 가다가도 밭에서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녕하시꺄? 올해 밭농사는 잘되었시꺄? 제가 도와 드릴 일은 무엇이니꺄?”

 

상대방이 좋아하든 말든 그 자리에 끼어 들어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먹는 것까지 아껴서 돈을 벌려고 했다. 강화도 말에는 지금도 다른 지방과 달리 독특한 부분이 있는데, ‘안녕하시꺄?’처럼 말끝에 가 들어가는 경우다. 이러한 독특한 말투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녀들이 강화도 사람인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일이 여러 곳에서 자주 일어나다 보니 이집 저집에서,

 

강화도 포목 장수 여편네들 참으로 넉살 좋은 년들이야.”

 

하는 조롱 섞인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아울러 강화 뻔뻔이’, 혹은 줄여서 강뻔이라고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국어 사전에서까지 이 말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이 말을 강화 여성들의 근면함과 성실함, 강한 생활력의 표현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전혀 다른 이야기가 또 있다. ‘강화년강화 여자가 아니고 하늘에 띄우는 강화 연()’이라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겨울철에 연날리기가 유행했었다. 그런데 이러한 놀이도 정월 대보름이면 끝을 맺었다. 이때 사람들은 연에다 자기 주소, 이름 등을 적어 넣고 하늘 높이 날려보내는 풍습이 있었다. 한 해의 모든 액()이 연과 같이 모두 날아가라는 뜻으로.

 

이때 방패연의 경우, 연의 살을 다섯 개를 사용했는데 강화도에서는 연의 가운데 살을 빼고 날려보냈다고 한다. 가운데 살을 빼는 이유는 더 멀리 더 높게 날려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강화도를 떠난 연이 경기도 북부 지방으로 많이 떨어지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연을 발견한 그 고장 사람들이 연에 쓰여 있는 주소, 이름 등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멀리 강화에서 이곳까지 날아온 연의 생김새와 연을 만든 대()를 보게 되었는데 연의 살이 보통 연과 달리 네 개이고 더구나 잘 깎여지고 다듬어져 그 탄력성과 균형이 매우 훌륭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넉살(네 개의 살) 좋은 강화 연이란 이야기가 퍼져나가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