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의 전망차

고양이를 부탁해

형과니 2023. 5. 12. 20:05

고양이를 부탁해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08-20 12:00:04

 

오광철의 전망차

‘고양이를 부탁해’


인천 이야기가 아니면서 인천의 것으로 인식되던 영화가 있었다. 2001년작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것이다. 인천의 한 여고를 나온 스무살 또래 다섯 아가씨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평론가들의 극찬과 여러 영화상에서 신인 감독상과 여우상 수상작이면서도 흥행실적이 별로였는데, 인천의 영화라고 해서 많이들 극장을 찾았었다. 항만 주변 차이나타운·신포동 지하상가·동인천역·월미도 등 영화 중의 장면이 거의 인천을 무대로 하느라 친근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영화 제목이 된 것은 버려진 새끼고양이를 주워다 번갈아 키운다는 내용이 끼어들면서이다. 영화 줄거리에서처럼 버려진 고양이들이 주거 주변에 너무나 많다. 갑자기 밤길의 차도에 뛰어들어 운전자를 놀라게 하고, 아파트 담장 밑으로 드나들며 울어대며, 먹이를 찾느라 쓰레기 봉투를 뜯어 훼손한다. 수년 전 수봉공원에 방사한 토끼들이 야생 고양이로 수난을 당한다는 보도도 있었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이를 퇴치할 포획인력을 모집한다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인에게는 고양이를 혐오하는 습성이 있다. 그 첫째 이유는 고양이가 너무 영특하여 요망스럽다는 점이다. 배설물을 땅에 묻고 새끼를 낳을 때나 쥐를 잡아먹는 모습을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학대하면 앙갚음이나 해코지를 하고, 심한 경우 고양이로부터 저주를 당한다는 근거없는 속설이 있다. 검은 고양이와 오래도록 지내면 악마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고양이를 경원하는 까닭은 시력이 밤에만 밝아 야행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발톱이 날카로워 잘못 건드렸다가는 생채기를 당할 수도 있다. 그래서 표독하고 앙칼스런 기질의 주인공을 고양이의 속성에 비유하고, 얼굴을 잔뜩 찌푸렸을 때 ‘고양이가 낙태한 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유기견이 줄어든 데 반해 유기 고양이가 늘어나 이를 잡아달라는 요청이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올들어 발생한 유기 고양이가 500여 마리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더 하리라는 짐작이다. 이야말로 ‘고양이를 부탁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