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세계지도를
신문에 세계지도를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08-25 00:54:47
오광철의 전망차
신문에 세계지도를
<나는 미국국민들에게 지도를 꺼내보라고 이를 거요. 태반이 금시초문인 지명들, 문명세계를 지키기 위한 전쟁터로 바뀌어버린 그 생소한 지명들을 들먹이게 될 거요. 나는 세계지도를 신문에 좀 실어달라고 요청할 거요. 국민들에게 우리의 문제가 무엇이고 이번 전쟁의 총체적 전략은 어떻게 펼쳐나가야 할 것인가 지정학적으로 설명해 보려 하오. 나는 국민들에게 어려운 말은 피하겠소. 허심탄회하게 호소하고 전황도 있는 그대로 털어놓고 싶소. 이번 전쟁을 쉬운 말로 솔직하게 표현할 테요.>
1941년 12월 일본이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격한 지 6주 뒤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화롯가 방송담화를 준비중인 그의 연설문 작성자에게 내려보낸 메모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그는 일본의 기습 후 국민들에게 지도를 통해 국민에게 애국심을 호소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다.
루스벨트의 호소가 아니라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여러가지로 감명을 받는다. 나라와 국토에 대한 애정을 느낀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모험심도 생긴다. 보드렐르도 “지도를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우주란 가이없는 식욕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도를 펴놓고 보면 국내는 물론 세계 각지에 대한 지식이 절로 생긴다. 각국의 수도나 산과 강, 그리고 바다의 위치를 익힐 수 있는 지리교과서가 된다.
일찌기 김정희는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지도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도에 대해 등한하다. 지도는 학생들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치부하고 사무실에 지도가 걸려 있으면 복덕방이라도 차렸느냐 어디 땅이라도 장만하려고 그러느냐며 농한다. 그러나 오늘부터라도 청소년만 아니라 성인들도 지도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 얼마나 세계지리에 대한 상식이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루스벨트의 말처럼 신문에라도 세계지도를 실어야 할까. 오늘과 같은 해외여행 시대를 누리면서 수없이 증명사진을 찍고 다니면서도 방금 어디를 방문하고 왔는지를 모른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도박물관이 지리정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 이벤트를 열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