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의 전망차

규중칠우쟁론기

형과니 2023. 5. 17. 00:16

규중칠우쟁론기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11-26 22:32:16


규중칠우쟁론기

우리 고전문학에 ‘조침문(弔針文)’이라는 것이 있다. 일명 ‘제침문(祭針文)’이라고도 한다. 제목에서 보듯 바느질을 하다 부러뜨린 바늘을 조상하는 수필이다. 조선조 순조연간에 유(兪)씨로만 전해지는 미망인의 글이다. 유씨 부인은 문벌 좋은 가문에 출가했으나 남편과 사별하여 슬하에 자녀도 없이 오로지 바느질을 낙으로 알고 살아가던 중 바늘이 부러지자 아까운 생각에서 지은 글이다.

바늘은 시삼촌되는 집안 어른이 중국에 동지사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구해다 준 선물이었다. 동지사란 조선시대에 정기적으로 중국에 보냈던 사신을 말한다. 대개 동지를 전후하여 출발했으므로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우리 고전이 조금은 수다스런 데가 있지만 바늘 한개가 부러졌다고 그같은 세심하고 애틋한 조문을 지은 것을 보면 바느질로 위안을 받던 유 부인의 서운해하는 심회가 잘 나타나 있다.

“유세차 모년모월모일에 미망인 모씨는 두어자 글로서 침자에게 고하노니”로 시작하면서 바늘을 일러 “아깝다 바늘이여 어여쁘다 바늘이여. 너는 미묘한 품질과 특별한 재치를 가졌으니 물중(物中)의 명물(名物)이요 철중(鐵中)의 쟁쟁(錚錚)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같은 형식의 글을 규방문학이라고 하거니와 고등학생 정도면 국어시간에 배워 익숙한 명문이다.

옛날 우리네 어머니들은 안방에서 바느질을 하셨다. 바느질에 서툰 여인을 수치스럽게 여기던 시절, 어려서부터 여자아이는 어른에게서 바느질부터 배웠다. 그러나 지금 바느질을 하는 여인을 찾아 보기 힘들다. 10여년 전 모 여자대학에서 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봉틀로 바느질을 할 수 있는지를 설문한 일이 있었다. 조사결과 10명 중 한명이 재봉질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는데, 그것은 30년 전의 7명과는 엄청난 변화였다. 10년 전이었으니 지금은 어떨까 하는 짐작이 가능하다.

27~28일 양일간 남구 학산소극장에서 이은주무용단의 ‘규중칠우쟁론기’ 공연이 있으리라 한다. 우리 옛 여성의 바느질에 사용된 소품인 자·바늘·가위·실·골무·인두·다리미를 각시 부인 할미로 의인화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