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건진 용궁사의 돌부처
바다에서 건진 용궁사의 돌부처
인천의관광/인천의전설
2007-01-23 00:16:31
바다에서 건진 용궁사의 돌부처
영종도에는 경치 좋은 백운산 밑에 옛날부터 용궁사라는 절이 있다. 용궁사에는 절을 지켜주는 돌부처가 하나 있었다. 그 돌부처의 유래는 아주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씨라는 어부가 한 사람 살고 있었다. 비록 살림은 궁핍했으나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어부들과 마찬가지로 조그마한 어선 하나로 고기를 잡으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고기잡이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어느 해 음력 사월이 되었다. 음력 사월이 되면 어부들은 모두 연평도로 조기를 잡으러 가게 되는데 손씨도 남들과 같이 출어를 한 것이다. 마침 조기가 많이 몰릴 때라 여기저기 그물을 친 뒤 한참 후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기대에 부풀어 손씨는 그물을 열심히 끌어올렸다. 그물이 묵직한 것이 아니어서 손씨는 조기가 많이 잡힌 줄 알고 신바람이 나서 열심히 끌어올렸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그물 속에 고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팔뚝만한 돌부처가 하나 들어 있는 것이었다. 손씨가 돌부처를 살펴보니 바다 속에 오래 있었던지 물이끼가 잔뜩 낀 것이 아무 쓸모도 없어 보였다. 손씨는 투덜대며 돌부처를 도로 바다에 던져버렸다. 다른 어부들이 고기를 많이 잡아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손씨는 다시 그물을 치고는 끌어올렸다.
그런데 역시 고기는 보이지 않고 아까 버렸던 돌부처만 덜렁 들어있는 것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손씨는 투덜거리며 다시 돌부처를 바다 속에 던져 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 꿈에 백발이 성성한 도사가 나타나 손씨에게 말했다.
“네가 오늘 바다에서 건져 낸 돌부처는 본디 백운산 밑 용궁사에 있어야 할 부처이니라. 내일 네가 고기를 잡으러 가면 그 돌부처를 다시 건질 것이니, 영종진 태평암 위에 잘 모셔라.”
깜짝 놀라 꿈에서 깬 손씨는 날이 새자마자 바다에 나가 그물을 쳤다. 아니나 다를까 그물 속에는 그 도사의 말대로 또 돌부처가 들어 있었다. 어부는 꿈에서 본 도사의 말대로 돌부처를 태평암 위에 모셨다.
그 태평암 주변에는 활쏘기로 세월을 보내는 한량들이 있었다. 한 한량이 태평암 위에 부처가 있는 것을 보고 장난삼아 활을 쐈다.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이 부처의 오른 팔에 부딪히자 돌부처의 팔이 뚝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러나 떨어진 팔이 다시 제자리에 붙으면서 그 순간 부처를 향해 활을 쏘았던 한량은 그 자리에서 즉사해 버렸다. 이후 돌부처를 안치했던 손씨는 고기를 많이 잡아 잘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그 부처의 소문이 퍼지자 백운산 밑에 있는 용궁사의 스님이 찾아와 이 부처를 용궁사에 모셔놓았다. 돌부처를 용궁사에 모신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곳을 지나갈 때 소나 말을 탄 사람은 내려서 걸어가야 했으며 담뱃대를 입에 물고 갈 수 없었다. 소나 말을 탄 채 용궁사를 지나가면 발굽이 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고, 담뱃대를 물고 가던 사람은 담뱃대가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돌부처에게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이 절을 지켜주던 돌부처는 일제 강점기 때 약탈 당했지만 용궁사는 지금도 영종도에 유서 깊은 절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