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재 도깨비 추억
하느재 도깨비 추억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8-12-11 11:55:45
하느재 도깨비 추억
인천의 대표적인 산 계양산의 주봉과 동쪽 계양산성 사이에 하느재고개가 있다. 고개가 얼마나 높던지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남측 계산동에서 오르는 길이 그랬었다. 어찌나 가파른지 오르다 미끄러지고 엉금엉금 기면서 몇번이고 쉬어 올라가야 했다. 그러느라 많은 땀을 흘려 하누재라고도 했다. 한자의 한우현(汗雨峴)의 변음이다.
그런가 하면 소반재라고도 불렸었다. 힘겹게 고개마루에 오르면 펀펀하게 제법 넓은 잔디밭이 있어 마치 소반 같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로부터 북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비교적 밋밋한 숲길이요, 그리로 해서 다남동과 목상동이 된다. 그리고 장기·원당동을 지나면 김포읍이었다. 예전 부평읍-곧 계산동에 학교가 개교하자 학생들은 김포국도(307번 국도)가 길이 멀다며 지름길인 고개를 넘어 등교했다. 김포읍 방향으로 오가는 어른들도 하느재를 이용했었다.
계산동에 외가를 가지고 있는 전망차자에게도 어려서 하느재 추억이 많다. 배밭 아카시아 울타리에서 잎을 꺾어들고 과수원길을 오르면 3층석탑만 외롭게 남아 있는 봉일사 절터를 내려다보며 고갯길을 올랐다. 어느해 가을이던가, 집안 어른들을 따라 김포에 다녀오던 저녁길에 하느재를 넘으면서 날이 어두었다. 그런데 캄캄함 밤중에 추수도 끝낸 과수원 옆 빈밭에서 누군가가 밭을 갈고 있었다. 어른들은 그것을 도깨비 장난이라고 하셨다. 잔뜩 겁을 먹고 내려와 정말 그것이 도깨비였을까 아니었을까 쉽게 가름하여지지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것이 도깨비의 조화였으리라고 믿고 싶어진다.
계양산은 시민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산이다. 비록 정상에는 철탑이 솟아 눈에 거스릴망정 등산로가 정비되고 하느재쉼터도 있어 등산객들이 오가며 땀을 들이는 곳이 되었다. 그런데 이곳이 골프장 반대전초기지처럼 되고 있다는 보도이다. 골프장 저지 릴레이 단식농성이 계속되고 반대서명장이 되기도 한다. 도대채 몇년째의 시비를 깨끗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인지.
계양산이 원래대로 지켜질 때 도깨비도 살아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