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철의 전망차

(주안)염전길 되살리기

형과니 2023. 5. 20. 07:46

(주안)염전길 되살리기

인천의문화/오광철의전망차

2009-02-03 18:11:44


염전길 되살리기

서림초등학교 우측 담길이 활터고개였다. 옛날 그곳에 활터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를 한자화하여 한때 동이름을 궁현(弓峴)동이라고 했으며 ‘헐떡고개’라고도 했다. 숨이 가빠 헐떡거릴 만큼 급한 고개가 아니었음에도 그리 불린 것은 ‘활터고개’의 와음 때문이었다. 그 고개로 해서 속칭 송림동 8번지에 이르면 곧 염전지대였다. 그곳 작은 포구에서 석축 제방이 시작되었는데, 지금의 인천교로 해서 간석동 이화아파트를 지나 간석역 인근에 이르기까지였다.

제방 밖은 바닷물이 드나들어 번지기나루를 통해 서곶이나 김포방면으로 갔으며 안쪽이 주안염전이었다. 그곳에는 바닷물을 가두어 채운 넓은 저수지 두어 곳과 논밭을 경지정리하듯 소금밭이 정열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여름날 뜨거운 햇볕에 소금이 구워지면 염부들이 부지런히 창고에 거두어들였다. 제방에는 레일이 놓이고 ‘도루꼬’라는 운반차로 실어 날랐다. 그것을 어린이들이 신기하게 구경했다. 활터고개를 넘어 시내쪽에서 저수지에 물놀이 온 녀석들이었다.

염전이 사라진 것은 1960년대 가좌동쪽 염전이 공업단지로 바뀌면서였다. 깊숙하게 바닷물이 들어오던 갯골이 매립되느라 공장지대가 더욱 촉진되었다. 특히 가구공업이 성했다. 인근의 경인고속도로와 수인산업도로로 인해 교통도 편리했다. 예전의 소금밭 처럼 바둑판 가로가 형성되었다. 매립지에는 산업용품 공구상가와 종합병원 인천의료원이 좌정했다. 도로마다 가로명을 부여하면서 옛날을 추억하듯 ‘염전길’이라고도 했다.

그런 염전길을 이름만으로 있지 않게 했다. 염전길 600m에 예전의 염전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인천시 동구청이 최근 공장지대를 쾌적하고 생동감 넘치는 녹지로 조성하면서 염전길의 유래를 살리는, 수차 돌리며 소금을 운반하던 염부들의 조형물로 인해 옛 추억이 되살아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형물 몇점으로 공장지대가 불식되리라 여겨지지 않는다. 어느 한자리에 옛 염전의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라도 들어앉혔으면 한다.

주안염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천일염을 생산하던 유서깊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