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람들의 생각

살해당한 계양산 도롱뇽

형과니 2023. 5. 22. 00:40

살해당한 계양산 도롱뇽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9-03-25 22:57:25

 

두 종류의 모성, 살해당한 계양산 도롱뇽

노현기 계양산 시민자연공원추진 인천시민위 사무처장

 

#1. 계양산에서 얼굴이 뽀송뽀송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군복무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때로는 산으로 훈련을 다니기도 하고 목상동에서는 보초서는 모습, 사격 연습하는 장면을 늘 볼 수 있다. 때로는 보초서는 군인들에게 맹꽁이소리를 들었냐, 반딧불이를 봤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한때는 군인들을 보기만 해도 지은 죄없이도 몸이 움츠러들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병사들을 만나면 어리고 창창한 젊은이들일 뿐임을 느낀다.

 

직장에서 수십년 동안 지각 한번, 결근 한번 없었던 큰 형부는 입대한 아들이 훈련이 끝날 때 평생 첫 휴가를 냈다. 그 소리를 듣고 든 생각이 있다. “자식이 뭔지.”

 

십수 년 전부터 일부 진보단체나 평화단체들이 모병제, 대체복무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서민들에게 군은 아직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그렇기에 아들이 장성하면 군대를 갔다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군대는 또한 우리사회에서 아들을 처음으로 떼어놓는 것이기에 이 땅 어머니들 마음을 애타게 만든다. 그의 사상이 뭐든, 종교적 신념이 뭐든 피할 수 없는 이 땅에 국민들에게 군복무는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서민들의 마음을 한반도에 사는 어머니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드는 소식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어느 후보는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 누구 아들은 군대를 안 가려고 위장으로 뭐시기를 했다는 소식이다.

 

계양산 롯데골프장의 운명이 군당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양산 롯데골프장 예정부지의 상당 면적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고 하여 롯데건설과 계양구청장이 17사단 설득에 나섰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롯데건설이 17사단에 벙커를 지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설도 들린다. 2롯데월드를 위해 공군활주로를 3도 튼다는 소식이 국민들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요즈음, 군이 공평무사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 바야흐로 새들과 산개구리와 도롱뇽들의 짝짓기 철이다. 산개구리와 도롱뇽은 다른 개구리나 양서류에 비해 일찍 동면에서 깨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때로는 꽃샘추위에 알을 덮고 있는 우무질에 살얼음이 얼기도 한다.

 

지금 계양산 북사면에 가면 한국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 등 산개구리들이 짝짓기를 위해 우는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르륵 또르륵하며 새소리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누가 동물들을 미물이라고 했나. 한 달이 넘는 동안 2천개가 넘는 나뭇가지를 물어다 정성껏 뜨개질하듯 집을 짓고 자식을 키우는 까치부부, 암컷이 알을 낳으면 부화할 때까지 정성껏 알을 지키고 부화를 돕는 물장군 아비. 동물들의 자식사랑이 인간들의 모성에 비해 결코 부족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물이라도 함부로 대하면 천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조상님들의 이야기를 미신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계양산에서 도롱뇽 여러 마리가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어떤 놈은 꼬리가 돌로 짓이겨진 듯 죽었고 어떤 녀석은 능지처참을 당하듯 몸통 위 아래가 강제로 찢긴 듯 살해당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현장실사를 왔던 지난 16일 오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계양산 골프장예정부지 중 몇 군데 주요 산란터에 도롱뇽 알과 산개구리 알덩이가 사라졌다. 계양산 시민생태조사단은 문제의 산란터에 물흐름을 막고 있던 커다란 돌들이 없어지고, 물고가 트여 도롱뇽이나 개구리알이 머물 수 없도록 누군가 산란터를 인공적으로 파괴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롯데건설 관계자도 같이 왔던 한강유역청 현장실사 나흘 뒤에 문제의 도롱뇽 산란터 아래 쪽에서 인위적으로 치운 커다란 돌을 발견했다. 이 돌을 파헤치자 사라진 도롱뇽알과 살해당한 도롱뇽의 시체들이 나왔다. 마치 사람을 죽이고 유기한 것처럼. 근처에는 중장비 바퀴자국이 선명했다. 그곳은 담장을 치고 대문을 달아놓아 롯데측이 문을 열여주지 않으면 차량이 들어올 수 없는 지역이다.

 

다른 양서류들은 알을 낳고 서식지로 가거나 그 자리에서 생을 다한 뒤 부화할 올챙이들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 도롱뇽들은 알을 낳고도 떠나지 않고 근처에서 알을 지킨다. 인간 세상에 방귀 깨나 뀐다는 사람들의 놀이터인 골프장을 위해 무참히 살해당했을 그 도롱뇽들은 자신이 낳은 알을 지키던 중이었을 것이다. 범인이 누구던 그들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일 텐데 제 새끼를 지키는 부모-어미 도롱뇽들을 살해했다.

 

작은 위령제라도 지내줘야 하나. 그래야 도롱뇽들을 비롯한 계양산 생명들에 대한 미안함이 좀 덜어질 수 있을까. 인간들이 저지르는 해악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