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옐로우하우스' 헐린 뒤 '그 여성들'은?

형과니 2023. 6. 16. 01:07

'옐로우하우스' 헐린 뒤 '그 여성들'?

仁川愛/인천이야기

2011-02-23 14:13:51

 

'옐로우하우스' 헐린 뒤 '그 여성들'?

내년에 29층 주상복합건물 건립 "대책이 없다"

 

 

'옐로우하우스' 일대.

 

취재 : 이혜정 기자

 

지난달 28일 오후 9시쯤 남구 숭의동 '옐로우하우스'(일명 집결지)에는 '홍등'이 밝게 켜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공간에 앉아 화장을 하고 있다.

 

재개발로 인해 일부 업소는 떠났다. 하지만 남은 업소들은 '붉은 조명' 속에서 당당히(?) 영업을 하고 있다. 한 공간에 화장을 짙게 한 여성들이 적게는 2~3, 많게는 5~7명이 있다.

 

이날 '아웃리치'(현장방문 계도활동)를 하는 '강강술래' 활동가 7명과 함께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모'라고 부르는 알선자들이 경계하듯이 우리 행로를 살펴보고 있다. 기자와 활동가들은 4명씩 두 팀으로 쪼개 '옐로우하우스' 골목을 돌아다니며 준비한 물품()을 나눠줬다.

 

어두운 골목을 화려한 조명이 비추고 있는 앞 골목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기자는 현장방문을 하기 전 업주와 알선자(이모)가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활동가가 "이모 왜 싸우신 거에요? 뭔 일 있었어요?"라고 넌지시 물었다. 00호 알선자는 "아니, . 그냥 그럴 일이 있어서 좀 싸웠어. 별일 아니야."라며 말끝을 흐렸다.

 

심지어 "가라"며 강하게 물품()을 거부했다. 그러다가 주변 알선자들이 물품을 받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달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활동가들은 떡을 나눠주면서 "이 떡 살 안 찌고 맛있어요. 건강검진 좀 받으러 오세요. 무료예요."라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여성들은 곁눈질로 쳐다 보며 살짝 고개만 끄덕이고 문을 닫았다.

 

알선자(이모)들은 무슨 말을 건네는지 활동가들을 살핀다. 활동가들은 떡을 나눠주며 여성들과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무표정하게 바라보거나 대꾸도 하지 않는다.

 

이곳 법(?)에 의하면 개시도 안 한 곳에 여자가 문을 넘어 발을 들이거나 대화를 나누면 재수가 없다는 속설이 있다고 한다. 몇몇 곳에는 이미 '성구매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개시'도 하지 않은 곳에서 여성들은 묵묵히 앉아 있고, 알선자들은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또 다른 '옐로우하우스' 골목.

 

00호 알선자는 활동가들을 반갑게 맞으며 "어머 이게 웬 떡이야? 이거 돈 주고 사는 거야? 아니면 많이 좀 주고 가."라고 말한다. 활동가들은 "몇몇 곳에는 알선자(이모)가 바뀌어 보따리 장수인 줄 알고 있는 것 같다"라고 했다. 이곳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성매매 목적으로 오는 '고객'과 집결지에서 허가를 받은 보따리 장수뿐이기 때문이다.

 

'옐로우하우스 뒷골목'으로 갔다. 여기 사정은 '앞골목'과는 좀 다르다. 어둡고 비좁은 골목길을 들어서면 다 쓰러져 가는 건물 10여곳에 불이 켜져 있다. 어떤 집에는 유리가 깨져 있고, 추위를 달래기 위해 연탄을 피우고 앉아 있는 여성도 있다. '앞골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모습이다.

 

'앞골목'과 마찬가지로 물품()을 나눠주면서 여성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언니 나 필요한 물건 있는데, 그것 좀 갖다줘"라며 말을 걸어온다. 또 떡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떡을 먹으며 "고맙다"고 목례를 하기도 한다.

 

'뒷골목' 깊숙한 곳의 00호 여성은 활동가들에게 손짓을 하며 들어오라고 한다. ''이 좋게도 '옐로우하우스' 내부로 들어가 본다. 안으로 들어가자 유리문 앞 난로 앞에 자리를 내주며 앉으라고 했다. 그 여성이 한 활동가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집안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여성들의 방에는 '기본 살림살이'를 갖추고 있다.

 

현관 바로 앞 의자 뒤쪽에는 유리방(유리로 둘러싸여 여성들이 성구매자를 기다리는 방)이 있다. 1층 내부에는 세 개의 방이 있다. 방문 앞쪽으로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정확히 그 곳 방 개수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방문이 열려 있어 얼핏 들여다 보니 침대와 옷장이 있었다.

 

그곳을 나와 '뒷골목' 도로변에 있는 알선자들에게도 떡을 주었다. 활동가들과의 만남이 익숙한 듯 커피를 가져다 주며 대화를 나눴다.

 

"이모 여기 시행인가가 났다고 현수막이 걸렸던데, 어떻게 보상 이야기는 나와요?"

 

한 활동가가 묻자 "현수막 걸렸어? 몰랐네. 보상은 아직 모르지. 학익동 보상처럼 300만원 정도 나온다는 말도 있고. 그때 가봐야 아는 거지."라고 답한다.

 

이어 "여기 철거되면 어떻게 할 거야? 걱정이겠네."라고 되묻자 "그럼 그만두는 거지 뭐. 나도 모르겠어. 아마 내년 6월쯤에는 허문다는 거 같은데, 아직까지는. "라며 말을 흘린다.

 

물품을 모두 나눠주고 활동가들과 함께 "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하며 '옐로하우스' 골목을 나왔다.

 

'옐로우하우스'?

 

 

인천시 남구 숭의1동에 자리를 잡은 성매매 집결지 '옐로우하우스'.

 

19615.16 군사쿠테타 이후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면서 신흥동 일대(옛 선화동)가 환락가로 전락했다. 이후 이곳에는 젓가락 장단을 치는 '니나노집'부터 기생 요릿집에 이르기까지 술집이 수두룩했다.

 

신흥동이 '홍등가'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때부터. 1883년 개항 당시 일본인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들을 따라 '성매매' 여성들도 인천으로 모여 들었다. 지금 중구 인천여상 부근, 답동성당 언덕 아래, 그리고 인일여고 아랫길 주변 등에 사창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 요릿집을 운영하던 일본 상인들이 중구 해안동과 사동 일대를 매립한 조계지를 '선화동'이라는 이름을 짓고 유곽을 세웠다. 유곽은 일제 총독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한국인 공창(公娼). 1902126'시끼시마루'라는 이름으로 인천 최초의 유곽이 개업을 했다.

 

해방이 되면서 유곽 폐지 이후에도 사창가는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때 윤락가를 한 곳으로 모아 집중관리하기 위해 숭의동으로 '강제 이주'를 시켰다. 이때 몇몇 업주들이 숭의동으로 옮겨 판짓집 건물에 미군부대에서 얻은 노란색 페인트를 벽에 칠해 붙여진 명칭이 '옐로우하우스'.

 

'옐로우하우스' 전성기는 88서울올림픽까지 이어졌다. 일본인을 상대로 인천의 한 호텔에서 '기생파티'가 열리면. 이곳 여성들이 한복차림으로 접대에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일본인 현지처 노릇을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살림을 차리는 여성도 더러 있었다.

 

'옐로하우스'가 헐리고 나면

 

지난 100여 년간 성매매 영업을 벌여온 '옐로우하우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성매매촌'인 숭의동 360번지 일대(33850)가 도시환경정비사업 시행인가가 끝나고 감정평가관리처분 절차를 거쳐 내년부터 철거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33개 성매매 업소가 집결하고 있는 '옐로우하우스' 일대에는 현대건설이 최고 29(860세대) 높이의 주상복합건물을 오는 2014년 말까지 짓는다.

 

김원철 숭의1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 사무장은 "오랜 기간 성매매 영업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직간접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재개발로 잘 정비되면 또 다른 분위기의 동네가 들어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집결지 여성들은 어디로?

 

그러나 숭의동 일대 도시환경재정비 보상이 토지와 건물 소유자들에게 돌아가는 반면,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보상대책은 전무하다.

 

"숭의동이 재개발된다고 해도 모든 보상체계는 토지와 건물 소유주에게만 돌아갈 뿐, 집결지 여성들에게는 보상비는커녕 이주비도 돌아가지 않을 게 확실합니다."

 

배임숙일 강강술래 대표의 지적이다.

 

최 대표는 "대부분 집결지 여성들은 업주와의 불공정 거래에 의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빚이 쌓여 팔려가는 순환구조"라며 "선불금이라는 악순환에서 강제 성노동을 하며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 여성들은 맨몸으로 쫓겨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매매 여성들이 집결지까지 들어가는 경로는 이렇다. 어린 나이에 가출로 시작해 오갈 데가 없어 이리저리 방황하다 다방룸싸롱 등을 거쳐 들어간다. 이곳에서는 월 수백만원의 월급이 보장된다며 선불금을 지급해 주고, 이들도 모르는 사이에 선불금이라는 덫에 걸리게 된다. 이들로 하여금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배임숙일 대표는 "여성을 물건처럼 돈으로 팔고, 서로 감시받고 감시하면서 자기 몸을 자유롭게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집결지 여성들은 대부분 어린나이에 집결지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회에 나온다고 해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연계지식 등 기반을 마련하지 못해 다른 직업을 갖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면서 "집결지 폐쇄와 함께 그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집결지 여성들에 대한 보상은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어 향후 조합과 함께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숭의1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 관계자는 "숭의동 일대의 경우 이제 막 재개발 인가가 났기 때문에 감정평가가 이뤄져야 구체적인 방안도 나올 것"이라며 "향후 지자체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기관과 함께 방안을 모색해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