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그곳은 여전히 영업 중
다방, 그곳은 여전히 영업 중
仁川愛/인천이야기
2011-04-08 13:29:50
다방을 운영했던 사람이나 이용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다방의 전성기는 대략 1960~70년대로 의견이 모아진다. 일부 계층만 맛볼 수 있었던 커피가 대중화되던 시기이며, 커피믹스와 자판기가 손님을 빼앗기 전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구청 일대가 번화했던 것도 대략 다방의 전성기와 일치한다.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들이 이 곳을 떠나가기 전이다. 전성기가 훌쩍 지나버린 지금 여전히 동네에서 성업 중인 다방 몇 군데를 가보았다.
글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과장 사진 조택환 자유사진가
중앙동 삼화다방, 단골 대부분 60세 이상
주로 시청(지금의 중구청) 공무원들을 상대했다는 중앙동 삼화다방. “아침 8시 반이면 곱게 단장한 아가씨들이 시청으로 배달을 나가는 거야. 커피 값은 장부에 달아두고 월말에 한꺼번에 계산하니까 우리도 월말이 월급날이었지.” 40년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다방을 운영해 온 사장님의 말이다. 넓지 않은 실내에 테이블은 많아야 5~6개, 중앙의 연탄난로에는 모락모락 김을 내뿜는 주전자가 올라가 있고 테이블에는 ‘1980년 제조’라 찍힌 비마표 사각 성냥이 놓여 있다.
칠순 넘긴 사장님이 옛날 방식으로 손수 끓여주는 계란 동동 쌍화차는 늦은 오후 출출한 허기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두 시간 남짓 머무는 동안 손님이 끊이지 않았는데 60대 이상이 대부분으로 나름 단골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웬만한 중소기업이었지. 얼굴마담 둘에 아가씨 여덟, 주방장도 두 명이나 있었어…. 하루에 커피만 900잔 넘게 팔았으니까” 호프집으로 바뀌어버린 중앙동 향다방의 사장님은 잘 나갔던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한다.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는 커피에 계란 노른자를 띄운 모닝커피가 나갔다고 한다.
중앙동에 자리 잡은 다방의 단골손님은 대개 공무원과 회사원이었다. 지금처럼 사무실에서 커피나 차를 대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방을 사무실처럼 이용하는 손님이 많았다. 핸드폰이 없었던 당시로서 귀한 전화기까지 비치하고 있었으니 명함에 다방 전화번호를 새겨 넣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일대에서 제일 규모가 컸다고 하는 향다방도 커피자판기가 보급되면서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2002년 결국 업종을 변경했다.
문인과 화가들의 전시공간, 은성다방
중앙동 다방의 단골손님이 공무원과 회사원들이었다면, 신포동 일대의 다방들은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다. 변변한 문화공간이 없었던 시절 문인과 화가들에게 전시와 발표장소를 제공해 주었던 곳이 신포동의 은성다방이다. 이곳에서 의기투합한 화가들이 즉석에서 동인회를 꾸리기도 하고, 시낭송회나 시화전을 개최했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었다.
당시 인천의 예술인들에게 있어 은성다방 못지않았던 곳이 국제다방이다. “화가, 서예가들이 자주 모여 전시회를 열었는데 나중에는 사진작가들도 많이 와서 사진전을 자주 열었어요. 신포동 로터리에 있어 위치가 좋았거든. 그때만 해도 이 건물이 인천에서 제일 비싼 건물 중 하나였어요.” 70년대 말 도화동 집값의 두 배를 주고 다방을 인수하여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는 사장님의 설명이다. 손님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사장님은 열탕기로 데운 찻잔에 커피를 내어주신다. “요즘에 이런 거 어디 가서 구하는지 몰라. 찻잔을 소독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커피 맛이 좋아지거든요. 찻잔을 미리 데워놓으면…” 그래서인지 같은 인스턴트커피임에도 집에서 마시는 믹스커피와는 조금 다른 맛이다.
국제다방에서 신포동 사무소 쪽으로 가는 대로변에 위치한 란커피숍은 다른 곳에 비해 깔끔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맞고 있다. “요즘 세상에 지저분하면 장사 못하죠. 인테리어 공사만 벌써 두 번이나 한걸요?” 이곳에서만 십수 년 째라는 옆집 아줌마같은 사장님의 설명이다. 테이블 사이의 벽마다 80년대 중반 손님이 주었다는 멋진 흑백사진들이 걸려있어 분위기를 더해 준다. 동네에 새로 문을 연, 광고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 커피전문점처럼 손님들로 북적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두 테이블을 제외하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수년 전 신포동 기업은행 맞은편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더니 크고 작은 커피점이 그 일대로 모여들었다. 이제 보니 신포동은 최신 유행의 커피전문점과 전성기가 지나버린 다방이 공생하는 공간이다.
커피 판매라는 동일한 목적의 점포이지만 경쟁 상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칙~칙~ 소리를 내며 기계가 내려주는 최신의 커피보다 열탕기로 데운 찻잔에 손수 끓인 커피를 내어주는 옛날식 커피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직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