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옛모습
1903년 초여름, 개항장 인천의 풍경
형과니
2025. 5. 12. 12:47
1903년 초여름, 개항장 인천의 풍경
미국의 사진가이자 스테레오뷰 출판업자로 유명했던 벤자민 칼번(B.W.Kilburn)이 1903년 초여름에 촬영한 입체사진 스테레 오뷰 중 일부이다. 중앙의 큰길은 지금 중구청 뒷길로 당시 일본 조계와 각국 공동조계의 경계였다. 길의 오른쪽이 일본 조계, 왼쪽이 각국 조계에 해당한다. 길이 시작되는 곳 우측 숲 사이로 두 개의 굴뚝과 지붕이 보이는 2층 건물이 중구청 자리에 있던 일본영사관이고, 길 건너 왼쪽에 보이는 공터가 지금 아띠 호텔이 위치한 곳으로 훗날 영국계 무역회사 홈링거 양행의 인천지점이 들어선다. 사진 왼쪽 아래의 큰길은 중구청에서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언덕길이다.
촬영 장소는 남부교육청 맞은편 카페 '토촌' 자리로 당시 이곳은 각국 조계에 포함된 만국공원 부지였다. 사진 아래에 등장하 는 두 사람은 행색이나 차림으로 보아 조선인 노동자로 보이며, 그 옆 초가지붕을 한 팔각 구조물은 공원 내 휴게소로 추정된다. 개항한 지 20년이 지난 1903년, 크고 작은 건물로 채워진 일본 조계와 달리 각국 조계는 여전히 비어있는 공터가 많아 보인다. 그로부터 다시 120년이 흐른 지금, 사진 속 건물 대부분이 사라지고 도시의 모습도 몰라보게 달라졌지만, 두 개의 길만은 여전히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가는 길로 기능하고 있다.
글 박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