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장수천길
詩가 있는 장수천길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16 04:13:56
詩가 있는 장수천길
‘바다엔 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허무한 희망에 몹시도 쓸쓸해지면/소라는 슬며시 물속이 그립답니다//해와 달이 지나갈수록/소라의 꿈도 바닷물도 굳어 간답니다//큰바다 기슭엔/온종일 소라/저만이 외롭답니다’
조병화 시인의 시 ‘소라’이다. 짧은 시구에서도 시인이 그리는 자연과 영혼의 고향이 베어남을 감촉할 수 있다. 이 시는 지금 남동구 장수천변 인천대공원으로 오르는 길가에 걸려 산책객들의 눈길을 모으게 한다. 조시인의 시 말고도 우리들에게 애송되는 박목월 김소월 조지훈의 시 등 20여편이다.
꽃과 나비들 그리고 새의 사진을 바탕한 화폭에 담겨 ‘시가 있는 장수천길’이란 제호가 걸린 이를테면 야외 시화전이다. 장수동의 주택공사 아파트 건설 현장 담벽을 이용해서이다. 지난 꽃철에도 눈에 띄지 않았으니 아마 최근의 일인듯 주택공사와 시공회사들이 합작 시민에 대한 서비스인 셈이다. 긴 담장으로 삭막했을 산책길이 한결 밝다.
그러나 지나며 기꺼워하는 산책객들의 작은 조언은 참고할만 하다. 기왕에 훌륭한 착안을 할 마련이었다면 사전에 지역 예술인들과도 상의 다수 참여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이다. 인천에도 훌륭한 시인의 아름다운 노래가 많으며 사진작가가 활약중이다. 아직도 공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인천 작가들의 추가 참여가 바람직하고 완공후 담장이 철거되더라도 조형있는 울타리를 세워 계속 시화가 걸려있었으면 좋겠다.
그리되면 지금 한창인 ‘장수천 자연하천 조성사업’의 공사가 끝난후 함께 명소가 되겠다. 어쨌든 ‘시가 있는 장수천길’은 참으로 아름답다. 제호만으로도 애틋한 시상이 떠오른다. 다만 산책객들도 훌쩍 지나칠 것이 아니라 하루에 한편씩이라도 읊고 음미하는 습성이 바람직하다.
장수천은 인천시 남동구 인천대공원의 골짜기 만의골 성주산 자락에서 발원 소래포구를 통해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이다. 비록 5.4㎞의 짧은 길이지만 산이 얕고 골이 깊지않아 변변한 하천 한곳 없는 인천으로서는 그런대로 소중히 여겨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