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일(市恥日)
시치일(市恥日)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20 08:48:31
미추홀 - 시치일(市恥日)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지난 11일은 인천의 치일(恥日)이었다. 슬프고, 부끄럽고, 분한 마음에 일손이 잡히지 않은 날이었다. 1991년 대구의 개구리 소년들과 서울의 이형호 군이 유괴 살해된 천인공노할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우리 자신이었음을 각인시켜준 날이기도 했다. 한 어린 생명이 산 채로 남동공단 저수지에 던져져 살해됐다는 사실에 세상은 경악했고, 용의자도 자식을 둔 가장이라는 데 이르러서는 이을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황금에 눈이 멀었기로 정녕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성의 상징이랄 수 있는 모 대학 총장이 졸업생들에게 돈 많이 벌라며 '황금돼지 저금통'을 나눠주고, 그를 참신한 발상쯤으로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의 골 깊은 배금주의 세태가 더 큰 주범이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송도 신도시 주민들은 돈이 많을 것 같아" 범행을 저질렀다는 용의자의 진술이 며칠 전 무슨 오피스텔 분양 때 수천여 명이 밤을 새워가며 북새통을 떨었던 장면을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황금돼지의 해'에 '황금'에 취해, 2세의 생명조차 보살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폐쇄회로 TV 설치를 묵살한 연수구나 인구 2만 명의 신도시에 순찰차 1대만 배치하고 있던 시경(市警)도 책임을 면할 순 없지만, 결국은 모두가 죄인인 것이다. 이제 박 군은 돌아오지 못할 저 세상으로 떠났다. 그 어린 원혼과 "얼마나 무서웠니… 우리 이제 어떻게 살아…"하며 몸부림치는 박 군의 부모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길은 두 번 다시 이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저질러지지 않도록 인천시, 인천시경찰국 그리고 각 구청들이 머리를 싸매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이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