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배다리 … '노스탤지어'로의 여정

형과니 2023. 4. 2. 08:05

배다리 '노스탤지어'로의 여정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23 12:06:25

 

반세기 세월을 건너온 현재속의 과거

배다리 '노스탤지어'로의 여정

 

 

배다리는 '배가 드나들던 자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배다리 일대는 과거 개울이 흐르던 곳으로 배가 들어왔었다. 배다리는 복개를 한 지역으로 밑으로는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다.

 

경인전철 1호선이 지나는 배다리 철교를 지나면 헌책방 거리 입구, 지하상가에 '배다리 전통공예상가'란 푯말이 보인다. 한지, 자수, 매듭, 침선, 규방, 낙화, 염색 등 이 곳엔 현재 10여 명의 전통공예인들이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둥지를 틀고 있다. 이 곳에 있는 예술가들은 대부분 '인천시관광기념품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 이 곳 작품들은 예술성과 실용성을 겸비하고 있다. 상가에선 판매 뿐 아니라 강습도 이뤄지므로 수강생들의 발걸음이 잦은 편이기도 하다.

 

전통공예상가는 현재 새단장을 진행 중이다. 한 쪽을 차지한 일반점포가 '공예체험장''전문판매장'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통공예상가의 이미지를 풍기지 않는 인테리어도 개선할 계획이다.

 

전통공예상가를 나와 화도진공원 방향으로 향하면 왼쪽이 중앙시장이다. 일명 '양키시장'이라고도 하는 중앙시장 바깥 쪽 길가는 그릇 가게들이, 안 쪽은 양키시장, 맨 안쪽은 한복거리가 각각 자리한다. 그릇백화점엔 목기나 양은냄비 등 전통 그릇에서부터 최신형 압력밥솥까지 '그릇의 모든 것'이 고객들을 기다린다.

 

양키시장은 평면으로 볼 때 한 가운데 있다. 과거 이 곳은 인천항을 드나들던 외국인들이나 미군부대에서 나온 제품들을 쌓아놓고 팔던 곳이다. 커피, 캐러멜, 군복 등 우리 나라에선 잘 생산되지 않던 외제품들이 즐비했다. 지금은 명찰, 옷가게 등으로 바뀌었다. 물론 밸트, 모자 등 잡화도 있다.

 

'한복거리'는 중앙시장 가장 안쪽, 즉 배다리 철교부근에 있다. 이 곳엔 한복집이 많이 몰려있다보니 디자인가 옷감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 특히 혼수를 장만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다. 전통공예상가에 들렀다가 그릇백화점을 경유한 뒤 양키시장, 한복거리를 지나면 다시 전통공예상가 지하도가 나온다. 지하도를 건너면 바로 '헌책방거리'.

 

헌책방거리는 1960년 대 생긴 곳으로 인천시민들에게 '곰삭은 영혼'을 제공해왔다. 가난하던 시절, 학생들의 단골서점으로 '수학정석'에서부터 사전, 소설, 잡지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책을 사거나 팔았다. 지금은 대창서림, 집현전, 아벨서점, 삼성서림, 오래된책집, 한미서점 등 6곳의 책방만 남아있다. 책방 별로 수만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어 원하는 책을 쉽게 고를 수 있다. 오전 9~오후 830분 문을 열며 일요일은 낮에 문을 열어 오후 7시쯤 닫는다.

/·사진=김진국기자(블로그)freebird

 

 

찾아가는길

배다리 전통공예상가, 헌책방거리, 양키시장은 1호선 전철역 도원역과 동인천의 중간쯤에 있다. 보통 배다리철교라고 부르는 곳을 중심으로 나란히 놓여있다. 거리상으로는 동인천역이 가까우며 동인천역에서 10여 분 정도 걷다보면 배다리 철교가 나온다. 철교 아래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배다리 지하상가를 만날 수 있다. 시내버스는 2, 15, 32번을 이용하면 된다. 지하상가 한 쪽으로 헌책방거리가, 반대편으로 양키시장이 있다. 032-764-0264

 

 

"전통문화의 미래 여기서 활짝 피길"

전통공예상가 터줏대감 임순희씨에게 들어보니

 

임순희(48·사진)씨는 한 때 모두가 떠나버린 배다리 '전통공예상가'10년 째 지켜온 터줏대감이다.

"지난해까지 저 밖에 없었어요. 지금은 전통예술인들 즉 '장인'들이 많이 들어와 계셔요. 조만간 전통공예 박물관과 체험실도 들어설 예정이죠."

 

20대에 '한지공예'를 시작한 임 씨의 주 활동무대는 서울 인사동이었다. 고향인 인천에 전통공예상가가 들어선다는 말을 듣고 배다리에 정착한 것은 10년 전. 전통공예상가가 '빈수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시나 구가 적극 나서서 홍보를 하고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동인천 지역 상권이 죽은 탓도 있긴 하지만요."

 

공예인들은 하나 둘 배다리를 떠나갔고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뜸해졌다. 그가 쓸쓸히 투쟁한 것은 자신만이라도 한국 전통문화의 꽃을 피워야 한다는 일종의 '예술인의 신념'과도 같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마저 떠나면 인천에서의 전통공예 맥이 끊길것 같았습니다. 사실 서울의 인사동은 물건을 파는 곳으로 전락했지만 배다리전통공예상가는 그렇지 않거든요." 실제 배다리 전통공예상가는 판매보다 '제작장소'의 성격이 강하다. 고객들은 물건을 사기보다 만드는 법을 실습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떠난 와중에서도 임 씨는 지난해 '인천시 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고군분투했다. 이와 함께 다른 예술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뛰어 지금 공예상가는 10개로 늘었으며 계속 들어오는 추세다. 늦은 감은 있지만 시설관리공단 역시 여기에 맞춰 박물관과 체험실을 만드는 중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인천시가 인천항과 청라지구를 가로지르는 산업도로를 배다리지역 한 가운데로 뚫는다는데 어떻게 사람들 모여사는 한 가운데로 산업도로가 지나갈 수 있지요?"

 

그는 "부수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복원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산업도로를 배다리가 아닌 우회도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국기자(블로그)freebird

 

 

 

 

전통의 길 거닐며 향수에 흠뻑 젖다

살아숨쉬는 인천여행 시리즈 <21> 배다리 '노스탤지어'로의 여정

 

 

색동골무, 모서리가 닳은 책들. 인천은 지금 '신개발주의'로 질주하고 있지만 '배다리'는 언제나 고향의 색감 그대로다. 품격 높은 전통공예품과 유구한 역사의 헌책방, 천정에 닿도록 쌓아놓은 옷가지로 어두컴컴한 양키시장까지, 배다리는 '늙지 않은 과거'의 모습으로 현재속에 존재한다. ''노스탤지어'로의 여정'이 사방으로 펼쳐진 곳. 그 곳이 바로 배다리다.

 

답사를 시작한 곳은 '전통공예상가'. 평일 한낮이라 그런걸까. 지하에 위치한 전통공예상가는 너무 조용하다. 천천히 걸으면서 두리번거린다. 작가들은 작품에만 집중할 뿐 오가는 사람들에겐 관심을 안 보이는 눈치다. 잔잔한 미소 속에 빛나는 눈. 자신의 세계에 천착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한지로 만든 찻잔과 바구니는 막 쓰기엔 아까운 예술품으로 보인다. 인두로 지져 그리는 낙화는 전국적으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예술품이다. 가게 안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수작업의 섬세함과 예술적 열정이 듬뿍 묻어있다. 곰곰 생각해본다. 열쇠고리, 인형, 전국 어디서도 천편일률적인 관광상품을 이처럼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우리 전통공예품으로 바꾸면 관광지 이미지가 한층 높아지지 않을까.

 

입구 반대편으로 나와 양키시장 방향으로 걷는다.길가는 온통 '그릇백화점' 세상이다. 제상에 올리는 목기에서부터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얼마전 붐을 일으킨 바 있는 노란 양은냄비 등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인천의 대표적 향토극장이었던 미림극장은 오래전에 셔터가 내려진 모양이다. 셔터 안쪽 공간, 두텁게 쌓인 먼지 위로 종이컵과 비닐봉지가 뒤엉켜 있다. 신자유주의, '멀티플렉스' 앞에서 지역극장은 거의 소멸됐다. 세상은 점점 '대자본''소비자'로만 양분돼가고 있다.

 

미림극장을 지나 모퉁이를 돌자 중앙시장이 나온다. 일명 '양키시장'이다. 로션, 커피, 캐러멜 등 인천항을 드나들던 외국인들이 가져온 물품을 손수레 가득 쌓아놓고 팔았던 이 곳은 지금 대부분 옷가게로 바뀌었다. 신발, 벨트 가게도 종종 눈에 띈다.

 

양키시장 안쪽, 한복가게가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헌책방거리'로 향한다. 거리라고는 하지만 집현전, 대창서림, 아벨서점, 삼성서림, 한미서점, 오래된책집 등 6곳 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헌책방의 매력이 싼 가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헌책방은 말하자면, '지식과 영혼의 골동품가게'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절판됐거나 대형서점에서도 구할 수 없는 '귀한' 책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벨서점은 오래된 책을 전시하는 '아벨전시관'까지 운영 중이다.

 

배다리 일대를 한바퀴 돌고나니, 마치 70~80년 대 거리풍경을 지나온 기분이다. 디지털 시대를 컴퓨터처럼 사는 현대인에게 한겨울, 뜨끈뜨끈한 오뎅국물같은 온기를 주는 곳. 우리들 마음의 고향 배다리여, 영원히 그 모습으로 남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