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동 산동네의 희망 찬가
송림동 산동네의 희망 찬가
仁川愛/인천사람들의 생각
2007-03-23 12:11:19
송림동 산동네의 희망 찬가
인천 서민들의 삶과 문학적 영토화
조혁신 기자의 소설집 '뒤집기 한판'은 인천의 송림동 산동네를 주된 배경으로 하여, 산동네 서민들의 진솔한 삶과 희로애락을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집이다.
이 소설집에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렸는데 그 중 네 편의 작품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부처산 8번지'라는 산동네를 동일한 배경으로 하며 가난한 동네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는 등장인물이 그물처럼 서로 얽힌 관계를 맺고 있는 일종의 연작소설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들이다.
'부처산 똥8번지'에선 11살 소년의 시선으로 달동네의 세태와 서민들 삶의 풍경을 풋풋하게 그려내고 있다.
단편 '사노라면'에서는 부처산에 분식점을 차리며 새롭게 정착한 신혼부부가 부처산 골목 안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겪는 서민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호황기'는 풍자소설적 특징이 강한 소설이다. 송림동을 지역구로 구의원을 지내고 있는 고광해 의원의 탐욕을 해학적인 문체로 그려냄으로써 가난한 동네에서 기생하는 가진 자들의 부도덕성을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부처산 똥8번지의 오래된 주민을 화자로 삼은 '구만길 씨의 하루'는 이발사 구만길 씨의 짧은 하루 일상을 통해 송림동 부처산 사람들의 인간적 체취를 드러내는 소설인데 동네에 새로 들어선 미용실과의 갈등을 에피소드 삼아서 서민들의 삶과 인정세태를 웃음을 머금고 동감할 수 있도록 풋풋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집은 개인적, 사변적, 심리적 주제로 흘러가는 최근 우리 소설의 문법에서 벗어나 인간존재를 해명하고 삶의 지표를 제시하는 정통적 의미의 리얼리즘을 고수하고 있는 점에서 민중문학의 계보를 잇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민중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방현석도 그의 소설집 '내일을 여는 집'(창작과비평사)에서 송림동을 문학적 공간을 그려낸 바 있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내일을 여는 집'이 바로 그 작품이다.
인천 송림동 비탈길 문간방에서 아내 진숙과 두 아이 인식, 새날이와 힘겹게 살아가는 해고 노동자 성만의 눈물겨운 복직 투쟁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용한 부분에서 우리는, 실의와 무기력에 빠져 때로 동지들을 의심하고 아내 진숙과도 갈등을 겪는 해고노동자 성만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다.
동지들의 투쟁을 통해서 성만이 일터에 복직하게 되고, 좁은 문간방에 모두 모여 "역사의 주인" 노동자의 자부심을 되찾는 결말의 복직축하파티 장면에서는 작지 않은 감동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그 감동은 단순히 노동자들의 투쟁과 승리의 과정을 당위적으로 제시하는 데서 온 것이 아니다.
사실, 이 시기 많은 노동소설들이 작가의 전취된 의식에서 비롯된 예정된 결말과 혁명적 낭만주의를 변주한 바 있다. 그러나 방현석은 위의 작품에서 냉정한 현실인식을 통하여 노동자의 일상적 삶과 노동현장에서의 위기를 감동적으로 보여주었던 것이다.
을씨년스런 인천의 공단지대와 팍팍한 송림동 비탈길에 대한 공간적 탐사, 그리고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러한 감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멀리 식민지시대 이태준의 '밤길'과 엄흥섭의 '새벽바다', 현덕의 '남생이'에서 비롯된 인천 서민들의 문학적 탐구는 해방 이후 한남철과 이원규로 이어졌고, 다시 2000년대 들어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조혁신의 '뒤집기 한판'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학적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MF사태 이후 10년의 상처가 한미FTA를 위시한 신자유주의의 파고 속에서 보다 전면적으로 드러나고 말 20대80의 사회, 도시의 곳곳이 재개발, 재건축되고 있는 신개발주의 광풍 속에서 자본의 속도전을 따르지 못하는 서민들은 사회의 소수자로 인간의 존엄을 위협받는 극단의 처지에 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진작가 조혁신을 비롯한 우리 작가들의 치열한 현실탐구가 요청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