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남촌동

형과니 2023. 4. 5. 00:35

남촌동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3-31 11:02:06

 

농촌과 도시 그 아름다운 공존

인천도시문화탐사대 - 남촌동

 

남촌동 설화 속의 주인공인 도림동에 있는 할머니 나무. 인근에 아파트가 꽉 들어차 있다.

인천일보와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도시유목2'를 떠난 인천도시문화탐사대(탐사대장 민운기)는 지난 1416일 농경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남촌동 일대를 탐사했다.

 

 

# 따뜻한 '남촌'나라

 

꽃샘 추위가 물러나고 곳곳에 따스한 기운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던 봄날, 탐사대는 '도시 속의 농촌, 농촌 속의 도시'로 불리는 남촌동으로 떠났다.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라는 노랫말처럼 우리가 찾은 남촌동이 그 '남촌'은 아니지만 사방으로 펼쳐진 전원의 풍경이 도시 생활의 긴장을 풀어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역시 주어진 환경이 어떤 지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평상시와 달리 텐트 치는 속도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고 괜히 노곤노곤해지는 게, 앞선 악천후 속의 만수동 빌라촌 탐사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위기에 마냥 취해있을 수는 없는 일. 남촌동 남촌마을 어귀, 이렇다 할 경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듯한 밭의 한 자락에서 3일간의 체류에 들어간 탐사대는 '농촌''도시'라는 두 가지 삶의 영역을 수시로 넘나들며 변화의 양상과 상호 관계, 개별적인 국면들을 살펴보는데 할애하였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면서도 극명하게 구분되고 있는 남촌동.

# 급격한 변화, 단절된 역사

 

이곳 남촌동은 600년 된 은행나무의 존재가 말해주듯 그 역사가 오래되었고, , , , 세 개의 씨족을 중심으로 네 개의 자연 부락인 상촌, 중촌, 하촌, 범말을 형성해 온 전형적인 농경문화를 간직한 곳이었다.

그러던 곳이 동네 옆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고, 인근에 남동공단을 조성하면서 이곳 남촌동에 별도의 주거단지를 확보, 그곳에 살던 주민들에게 제공한 것이 발단이 되어 빌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20층이 넘는 아파트 단지가 또 한 쪽을 차지하면서 현재의 골격을 갖추게 되었다.

 

탐사대원 다수가 주목한 부분은 이곳 남촌동만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 관습 및 습속들의 존재 여부와, 그것이 도시화라는 급격한 변화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사무소를 통해 지명의 유래나, 한 때 명맥이 끊겼다가 최근에 다시 복원된 당도제와 관련된 이야기, 마을의 조성 형태에 관련한 간략한 정보들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어디에서도 그 흔적은 물론 관련 기록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전과의 심각한 단절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 독특한 공동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남촌동은 생뚱맞은 고층아파트 하나 만을 빼놓고는 '그런대로' 예쁘게 봐 줄만 한 것 같다. 그렇다고 즐비한 빌라들이 괜찮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소규모 자본에 의해 공간 구성이 이루어지다보니 이런 저런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는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시각적ㆍ심리적 이완은 물론 공간의 숨통을 틔워주면서 이웃들과의 다양한 관계와 만남을 가능케 해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외부와의 단절된 상황은 이곳에서 그들만의 '복닥거림'을 가능케 하는 생활공동체를 만들어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활력 이면에 그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 이곳에 살며 주인행세를 하던 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느닷없이 유입되기 시작한 인근 빌라 및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단지 허름한 옛날 집에 그대로 산다는 이유만으로 받는 눈총은 도시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있어 외면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어르신들 중 일부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자신들의 입지를 한 때 가게였던 작은 공간을 빌어 서로를 위안 삼는 모습을 목도한 바 있었다.

 

 

# 깨어진 1천년 역사의 판타지

 

우리는 이곳 남촌동에서 도시화에 따른 명과 암을 살펴보면서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몇 가지 원칙들을 떠올려 보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키워드는 거대 자본의 유입을 막아야 할 것, 공간을 일괄적으로 재단 내지는 재편하지 말 것, 공간 주권 및 구성을 주민들 상호 관계 속에 되돌려줄 것, 이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빈틈'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내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곳 또한 얼마 후면 그린벨트가 풀리며 인근에 체육공원과 골프장,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구월동 농산물시장이 이전해 올 예정이란다.

 

탐사대는 지금과는 비교 되지 않을 정도의 대규모 변화를 예견하면서도 이곳 남촌동의 정신적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설화 속 주인공 '할머니 나무'-음나무로 남촌동에 '할아버지 나무'가 있었으나 현재는 남아있지 않음-를 찾아가며 1천년 역사를 판타지로 재구성해보는 등 과거를 현재에 접목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상력을 동원하고 시도하였으나, 이동 중에 도림동, 논현동 일대 곳곳을 파헤치며 들어서기 시작한 아파트 단지들을 보며 일순간 중단되었다. /·사진=인천도시문화탐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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