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공원 복원사업에 거는 기대
만국공원 복원사업에 거는 기대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4-03 04:16:34
만국공원 복원사업에 거는 기대
<전문가 칼럼 - 이희환의 도시이야기>
‘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인천시 도시균형건설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국공원 창조적 복원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가 인천학연구원에서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이로써 우리는 시간적 압축에 더하여 공간적 전복의 과정을 무수히 거치면서 전개된 120여 년의 근대사를 차분히 성찰해야 하는 지점에 섰다는 느낌이다. 이곳은 각국공원 복원사업이 비단 인천의 경역을 넘는 중요한 우리 시대의 과제로 제기된 지점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새삼 각국공원을 복원하고자 한다면, 그 사업의 시작은 바로 각국공원에 깃든 역사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하고자 한다. 제물포 개항 이후 인천, 아니 인천뿐만이 아니라 한국은 일제식민지 치하 35년을 거쳐 민족분단과 전쟁, 그리고 분단체제 아래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의 혼란을 거치며 오늘에 이르렀다.
1888년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근대식 공원인 각국공원은 사실 우리 손으로 만들어진 공원이 아니다. 1876년의 강화도조약 체결 이후 물밀듯이 들어온 외국세력이 1883년 수도의 인후부에 해당하는 제물포를 개항시키고, 여기에 저들만의 특구인 조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각국공원이다. 따라서 이 공원의 조성과정에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한국에 대한 식민주의 정책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물포 개항에 따른 조계의 설정은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과 중국 등 동양의 여러 나라가 근대 세계체제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어야만 했던 아픈 역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식민성의 관점으로 이를 전면 부정할 수만은 없다. 각국공원의 역사에는 식민성과 함께 근대성의 맥락이 함께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각국공원이 그간 변모해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한국의 근대사의 여러 단면이 그대로 아로새겨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공원의 명칭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거니와, 개항기에는 각국공원(Public Garden) 혹은 외국공원(Foreign Park)으로, 일제시대에는 일본공원 중의 서공원(西公園)으로 불렸다가 해방 직후 잠시 우리의 관점에서 만국공원(萬國公園)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이후 분단과 전쟁을 거치면서 이념을 표방하는 공원인 자유공원(自由公園)으로 변모하였다. 공원의 시설물들도 그에 따라 변모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거니와, 이제와 우리가 각국공원의 복원을 추진한다면 어느 시대의 공원을 어떤 관점 아래 어떠한 방식으로 조성할 것인가 등에 대한 매우 중요한 역사적 토론거리를 안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려스러운 사실은 인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최근의 방식이 구도심개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착안하여 외국자본을 위시한 민간자본의 투자유치를 전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심지어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쪽의 자본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한 화려한 선전에 비해 실제로 인천시가 어느 정도의 예산계획을 마련해놓았는지도 궁금하거니와, 사업의 성과만을 따져 역사적 측면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추진하다가는 이도저도 다 놓쳐버릴까 걱정된다.
이 사업이 뜻한 대로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화와 개발의 과정에서 제대로 돌보지 못한 인천의 역사적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데 있어 각국공원의 복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구도심으로 낙후하는 중구 개항장 일대를 한국 근대문화의 역사적 명소를 만들어나가는 일에 민관이 함께 슬기를 모아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일차적으로 시급히 교정해야 할 것이 사업의 명칭이다. 다분히 개항장의 식민성을 머금고 있는 ‘각국공원’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오늘날 인천이 지향하는 바와도 어울리는 ‘만국공원’(International Park)이라는 명칭으로 바로잡는 일부터 이 사업의 내실을 담보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이 기회에 사업의 영역을 현재의 자유공원 지역 내로만 한정하지 말고, 인근의 중구 지역에 남아 있는 역사문화유산까지도 고려하는 보다 넓고 긴 안목의 중장기적 계획을 마련하고서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