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야기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

형과니 2023. 4. 7. 08:13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4-08 00:04:44

 

우리아이 두눈 동그래진 날 꿈나라에서 공룡 타고 논다

 

강화 은암자연사박물관

 

 

겉으로 봐선 특별할 게 없었다. 페인트칠이 다 벗겨진 건물 외벽. 마당에 널브러진 돌멩이와 나무토막. '안은 다르겠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르긴 조금 달랐다. 17천만년 전의 나무화석, 철갑 모양의 등을 가진 아르마딜로의 박제, 희귀 곤충들이 눈에 띄었다. 폐교를 개조해 지은 박물관은 낭만적이라기보다 허술해보였다. '전시'가 아닌 '방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전시실은 그러나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이하 박물관)의 전부가 아니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뉴, 이리 와보슈." 관장을 따라 전시실을 빠져나왔다. 그가 굳게 닫혔던 창고문을 열었다. 순간, 입이 '' 벌어졌다. 그 곳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보물창고'였다. 공룡이 대륙을 질주하는 것처럼, 영화 '쥬라기공원''박물관이 살아있다'에 나온 장면들이 머릿속을 마구 뛰어다녔다.

 

창고는 모두 7. 하나 하나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드러났다. 박물관 창고들은 한마디로 '지구탄

 

생의 비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첫 번째 창고를 들여다 본다. 공룡화석이 가득하다. 저건 공룡의 새끼인가. 개 만한 크기인데 가장 무시무시한 공룡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 모습을 하고 있다. 이것은 티베트에서 나온 공룡의 한 종류일 뿐 새끼공룡은 아니다. 그 옆에는 그 만한 크기의 공룡머리뼈가 놓여 있다. 어른 팔뚝만한 이빨, 무더기로 뭉쳐진 알들도 보인다. 공룡알 화석은 특히, 뼈 보다는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훨씬 적어 진귀한 유물로 여겨진다.

 

또다른 창고는 박제로 가득하다. 독수리보다 더 큰 갈매기 알바트로스는 금방이라도 훨훨 날아오를 것처럼 날개를 펼쳤다. 드라큐라처럼 생긴 관박쥐는 재밌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일명 '황금박쥐'로 불리는 종이다. 나머지 창고들 역시 마찬가지다. 생전 듣도보도 못했던 진귀한 유물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처럼 박물관이 보존한 유물은 수십여만 점에 이른다.

 

창고를 모두 돌고 마당 한 가운데로 나온다. 따스한 봄햇살 때문인가, 현란한 유물의 향연을 목격한 탓인가. 머리가 아찔하다. 주마간산으로 훑어보았는데도 어느덧 세 시간이 지났다.

 

수억년 전 지구에 살았던 생명체와의 만남은 '즐거움'보다는 '충격'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듯 싶다. 지금은 '방치'(유물가치와 보관상태를 놓고 볼 때 방치라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다)됐지만 이 유물들은 앞으로 깨끗한 자리를 찾아갈 전망이다. 강화군이 고인돌공원 옆에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인류가 역사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래서 과거의 흔적을 가치있게 다루는 것은 그 속에 미래 삶에 대한 해답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의 아름다운 재회'를 기다리며 박물관 문을 나선다

 

 

"50년간 전세계 누비며 수집마당에 쌓아논 것만 20"

이종옥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 관장

 

"대한민국은 우스운 나라유. 재료도 없으면서 뭔 건물을 짓는다는 거여"

이종옥(82) 강화은암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자신의 소장자료에 대한 자랑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정부가 한 때 7500억 원을 들여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짓는다고 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다""당시 소장자료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거창한 계획만 세웠다가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패류, 조류, 어류, 곤충, 화석, 광물, 갑각류, 포유류, 인류가 골고루 있어야 자연사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는게여. 우리 나라에서는 나와 경쟁할 사람이 없어. 지금 마당에 쌓아논 것만 20톤인데 뭘."

이 관장이 소장한 유물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박물관에 전시한 유물말고도 유물을 보관한 창고만 7개일 정도다. 충청도가 고향인 그가 강화도로 온 까닭은.

 

"내가 한 50년 간 유물을 모았어.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지. 그렇게 서울 마포에 지하1, 지상6층의 건물을 지었는데 IMF가 터지면서 잘못된거여."

 

그 때 마침 강화도에서 관계자들이 찾아와 "강화로 오면 좋은 박물관을 지어주겠다"고 말했고 그는 그 말을 믿고 강화도로 오게 됐다.

 

그러나 막상 그에게 내준 건물은 폐교였고 지금까지 유물전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물은 관리를 잘못하면 자꾸 변형이 일어나는 데, 폐교시설이 제대로 된 관리시설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

 

"강화군청에서 고인돌공원에 건물을 지어준다는 데 지켜봐야 알쥬."

 

금속공예가 출신인 이 관장은 국내 최초로 철불을 제작하는 등 독보적인 존재였다.

 

50년 전부터 유물수집에 '미쳐'(그는 자신의 수집활동을 미치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60대에 심해의 패류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스킨스쿠버를 배우기도 했다.

 

"제대로 된 자연사박물관이 없다는 것은 국가적 망신인게여. 하루 빨리 서둘러서 좋은 박물관을 만들어야 혀. 그래서 내가 평생 모은 유물을 전시해야지."

 

#

강화은암사박물관'(이하 은암박물관)은 세계적 희귀 패류, 곤충(나비), 조류, 동물류, 화석류 등을 수십여 만점 전시하는 '인천의 쥬라기공원'이다. 빙하기 이전의 생물에서부터 현재 생존하는 동물에 이르기까지 실로 적지 않은 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곳의 유물은 이종옥 관장이 지난 50년 간 전세계를 누비며 모은 것들로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시실에 유물을 다 전시하기 어려워 창고에 쌓아두고 있으며, 다른 지역에도 보관하고 있다.

 

은암박물관의 패류 전시실에선 닭벼슬모양의 굴, 앵무조개, 부등면의 말고동 등을 만날 수 있다. 패류는 전세계 약 8만 종이 있으며 한국과 일본 근해엔 약 4천 종이 있다. 이 곳 전시실은 3~4억 년 전인 고생대 실루리아기로부터 데본기, 백악기 등의 패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곤충전시실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4억년 전 고생대 데본기 시대의 곤충화석을 비롯, 빙하기 때 멸종된 곤충류의 화석을 선보인다. 이후 100만 종의 곤충이 새롭게 나왔으며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곤충이 수백만 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곤충은 날개를 갖지 않은 소형 무시아강과 날개를 가진 유시아강으로 구분되는 데 전 곤충류의 99.9%가 유시아강이다.

 

지구상에는 약 8600여 종의 조류가 서식 중이다. 은암박물관은 시조새의 화석에서부터 가장 큰 갈매기인 알바트로스에 이르기까지 조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미앵무, 백올빼미, 대머리독수리 등 희귀조류 역시 이 곳에서 박제로 되살아났다. 알바트로스의 경우 우리 나라에서는 1985년 부산 해협에서 단 한 번 잡혔던 미조이다. 지금은 일본 미도리 섬에서 번식한다.

 

인류 문명이 시작된 건 13천년 전, 최후의 빙하기가 끝났을 때이다. 빙하기 이전 살았던 동물들은 거의 멸종됐는데 그 대표적 예가 공룡과 맘모스와 같은 거대 동물들이다. 은암박물관은 이들 공룡 화석과 뼈는 물론, 화석으로 만나기 어려운 알까지 보유하고 있다. 현재까지 생존하는 동물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다. 지구상의 동물들은 지금 하루에 100종씩 사라지고 있는 데 이는 15분에 한 종씩 사라지는 수치이다.

 

은암박물관 관람의 하이라이트는 '화석'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의 화석은 박테리아와 남조류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바다에서 무리를 지어 살다가 동심원상의 모양을 갖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들었다. 이들 중 가장 오래된 화석은 서그린랜드(38억년 전 선캄브리아) 퇴적층에서 발견됐다. 화석은 주로 죽은 생물체가 다른 생물에 의해 먹히거나 분해되지 않은 채 신속하게 묻히게 되는 환경, 즉 바다의 점토질 진흙, 석호의 모래나 진흙, 그리고 육지의 강이나 늪지대 혹은 바람이 부는 사막과 같은 곳에서 잘 만들어진다/·사진=김진국기자

 

 

 

/김진국기자(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