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의 미추홀

이광환 일기(日記)

형과니 2023. 4. 8. 00:36

이광환 일기(日記)

仁川愛/인천이야기

 

2007-05-03 07:25:47

 

미추홀 - 이광환 일기(日記) 

조우성 <객원논설위원>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이광환 일기'라는 제하의 특별기획전을 오는 4일부터 개최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 이광환 선생은 1926년 송현동 38번지에서 태어나 20005월 같은 동네 56번지에서 작고한 수도국산 토박이였다.

 

선생이 사후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것은 토박이라는 단순한 이유에서가 아니다. 20대 청년기인 1945년부터 노년에 이르도록 쉬지 않고 일기를 써온 기록(記錄)의 달인이었고 그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생활 문화사의 증언이었기 때문이다.

 

광복 직후 인천 지역에 국문 신문 대중일보(大衆日報)를 비롯해 몇몇 지지(紙誌)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바람 잘 날이 없었던 좌우의 갈등에 휘둘려 저잣거리의 시시콜콜한 삶의 모습을 담아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 했던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그런데 한전(韓電)의 전신인 경성전기 전동(錢洞) 변전소에 근무했던 선생은 증언자의 역을 자임이라도 한듯,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말 일상의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일기에 담아내 우리에게 탄성과 함께 잃어버렸던 시간들을 되살려 주고 있다.

 

일기를 바탕으로 한 이번 기획전은 날씨, 일어났던 일, 먹었던 음식, 만난 사람, 봉급 내역, 시장에서 산 물건 값, 빌려 주고 받은 돈, 복용한 약과 용량 등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이 생생한 실체 자료와 함께 전시될 것이라니 기대가 크다.

 

예를 들어'문화예술'은 선생이 특히 관심을 쏟았던 분야인데 별도의 노우트에 그날그날 감상한 영화, 배우, 극장명, 입장료, 감상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기록의 엄정성과 외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료가 절대 부족인 현대 인천사의 연구 상황에서 이를 묻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차제에 박물관 측이 용단을 내려 일기도 출판해 주었으면 한다./조우성 <객원논설위원>